[캠프 인물탐구] 손승락(勝Lock)…넥센표 승리 자물쇠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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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7시 00분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넥센 중간리더로 후배 투수들 챙겨

손승락이 2011시즌 스프링캠프가 열린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이 2011시즌 스프링캠프가 열린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넥센 히어로즈
2010시즌. 넥센의 최고 블루칩은 ‘승리(勝)의 자물쇠(Lock)’ 손승락(29)이었다. 26세이브를 올리며 ‘깜짝’구원왕을 차지했고, 넥센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1시즌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로 떠나기 전, 넥센 김시진 감독은 “손승락을 선발로도 테스트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분위기는 ‘손승락의 마무리 고수’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선발진이 꾸려진다면, 굳이 확실한 마무리 카드에게 새 보직을 맡기는‘모험’을 감행하지 않아도 된다.● 시어머니 역할부터 시아버지 역할까지

14일(한국시간) 넥센은 스프링캠프 처음으로 자체 청백전을 실시했다. 손승락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 후배투수를 불렀다. 짧고 굵은 질책이 이어졌다. 투수들이 배트보이 역할을 맡았는데, 그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었다.

영건들이 많은 넥센 투수진에서 손승락의 연차는 중간급이다. 군대에서도 상병이 잘 해야 내무반이 잘 굴러간다고 하는 것처럼 그는 팀워크를 위해 시어머니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후배들이 손승락을 잘 따르는 이유는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운동하고, 격의 없이 후배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손승락은 “(김)성현(22)이까지는 거의 친구처럼 지낸다”며 웃었다.

며느리를 감싸는 시아버지처럼,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14일 경기에서 ‘신인’윤지웅(23)은 1이닝동안 4실점하며 프로의 매운맛을 봤다. 표정이 밝을 리 없었다.

손승락은 윤지웅에게 6년 전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나도 신인 때 롯데랑 연습경기 하는데, 엄청 맞았어. 선배들이 뭐 먹으러가자고 해도, 방안에 틀어 박혀서 혼자 누워있었지. 다 그렇게 크는 거니까 풀 죽지 마라.” 야구 잘하는 선수가 ‘리더’로 성장해 갈 때, 그 팀은 강해진다. 지금 넥센에서는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 경찰청을 제대할 때로 다시 돌아오다

플로리다의 따가운 햇살을 받는 것은 정확히 5년 만.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이 떠오른다. 룸메이트 선배가 “어디 가냐?”고 물으면, “바람 쐬러 간다”며 혼자 나와 새벽공기를 갈랐다. 아침 이슬을 맞으며 섀도우 피칭을 했고, 마음만 먹으면 150km대의 직구를 던졌다.

하지만 “그 때는 막무가내였다”고 했다. 연습경기 때면, 하늘같은 김동수 선배(넥센 코치)의 변화구 사인도 그냥 무시해버렸다. 고집불통. 그렇게 욕심을 부리다 몸에 탈이 났고, 결국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낭떠러지에서 손승락을 건져 준 사람은 작년 12월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 김유성(29) 씨였다.

“사람이 왜 인정을 해야 되는데, 자존심 때문에 그게 안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와이프는 참‘듣기 싫은’직언을 많이 해줬어요.‘자기 틀을 깨는 것은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사람입니다.”

그 깨달음 때문이지 그는 “지난 시즌에는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26세이브라는 숫자가 구원왕을 차지하기에는 모자라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백지상태”라는 말을 꺼냈다. “저는 지난 시즌 경찰청을 제대할 때의 손승락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 선배들의 추억, 가을잔치에 대한 그리움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손승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목표라는 것 때문에 무리하다가 수술까지 해봤잖아요. 다치지 않고 꾸준히만 나간다면….” 그래서 스프링캠프에서도 페이스를 굳이 빨리 올리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시즌개막에 맞춰 100%가 될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가을잔치에 대한 야망만은 분명히 했다. “우리 팀은 정말 간절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래요. 현대 때의 추억 때문입니다. 그 짜릿한 기분을 느껴본 선배들이 생생하게 그 때의 기억들을 전해주니까요.” 언젠가는 한국시리즈 7차전을 매조지하는 순간을 꿈꾸느냐고 했더니, 손승락은 “4차전에서 마무리 할 것”이라며 웃었다.

“나는 아직 황새가 아닌 뱁새.”, “마무리 투수는 트로피를 대표해서 받는 사람일 뿐.” 말 한마디에서 겸손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플로리다의 햇살은 그대로지만, 5년의 세월은 그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반짝 스타에 그치느냐, 한국을 대표하는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하느냐’의 길목이기에 지금이 손승락에게는 터프 세이브 상황이다.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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