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8개구단, 욕심 버릴수록 파이 커집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2월 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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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업종에서 경쟁을 한다고 종업원 수를 똑같이 맞추지는 않습니다. 올해에는 직원을 몇 명 더 늘려 뽑을지 타협하지도 않지요. 경쟁이라는 속성을 공유하고 있어도 이것이 스포츠와 기업경영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제로섬 게임의 극한경쟁을 추구하기는 매한가지고, 오직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슈퍼스타의 경제학 속에서 살지만 스포츠는 ‘공존 속에서의 경쟁’을 추구합니다. 절대 경쟁자들의 멸망을 바라지 않지요. 왜냐하면 상대가 무너지면 독점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 결국 공멸하기 때문입니다.

‘독점적 리그 안에서의 번영 추구’가 곧 프로 스포츠 제1의 성립 조건입니다. 리그는 철저히 배타적이지만 일단 안에 들어오면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공정한 경쟁을 추구해야 그 리그는 번영할 수 있고, 그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립적인 기구입니다. 그러나 이 기구를 만드는 주체조차 내부 구성원들이죠. 쉽게 풀어 프로야구로 말하면 KBO는 8개 구단의 지지 위에서 성립하고, 새 가입 구단을 받고 연고지를 정해주는 것도 이 8개 구단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보면 우승 혹은 이익추구가 구단의 첫째 존재 이유죠. 선수는 이를 위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제9구단이 탄생하면 가장 큰 재산목록인 선수를 떼어줘야 하고, 신인 드래프트나 용병 쿼터에서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날 때까지 도와야 합니다. 이익추구에 위배되는 짓을 해야 한다는 얘기죠. 기존 구단들에서 9구단은 승인해도 10구단은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령 엔씨소프트가 엉망인 전력으로 가입되면 야구가 재미없어지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기득권을 가진 8개 구단 몫으로 돌아옵니다. 엔씨소프트가 리그에 연착륙해서 옵션을 늘리고 파이를 키우면 장기적으로 윈윈이 됩니다.

아마 8개 구단은 속셈은 ‘죽지 않게, 그러나 살 수 없도록’이고 싶겠죠. 그러나 도와주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합니다. 8일 KBO 이사회 결정은 ‘탄생을 환영한다’는 시그널입니다. 이제부터는 ‘키워줄’의무도 생긴 것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자립하면 일단 프로야구는 30대 기업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입증됩니다. 10구단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넓힙니다. 또 야구단을 갖고 싶은 지자체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10구단을 하려는 기업은 있는데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시국에서 더욱 그렇겠죠.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순간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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