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 “형만한 아우 없어” 문태영 “노래는 내가 낫지”

  • Array
  • 입력 2011년 2월 8일 07시 00분


■ KBL 스타형제의 유쾌한 수다

올스타전 동반 선발 가문의 영광
태영 애국가 제창위해 과외 열정
시즌 맞대결선 형 태종 일방우세

전자랜드 문태종(오른쪽), LG 문태영 형제는 어머니, 농구 그리고 한국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 형제가 프로농구 
올스타에 동반 선발되는 경사를 누렸지만 “내년 올스타전에도 다시 뛰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코트에서는 한 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몸이 충돌할수록 우애는 더 깊어진다.
전자랜드 문태종(오른쪽), LG 문태영 형제는 어머니, 농구 그리고 한국이라는 끈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 형제가 프로농구 올스타에 동반 선발되는 경사를 누렸지만 “내년 올스타전에도 다시 뛰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코트에서는 한 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몸이 충돌할수록 우애는 더 깊어진다.
전자랜드 문태종(36)·LG 문태영(33) 형제의 2011년 토끼해 신묘년은 설 연휴를 전후로 특별함의 연속이었다. 형제의 가족들이 같이, 그리고 어머니 문성애 씨까지 한국에서 설을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문태영은 “이 모든 것이 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인이라는 자각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온 어머니의 정성, 그리고 어머니를 통해서 핏줄로 이어진 인연이 있었기에 한국에서 뛸 수 있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태영은 “매 순간 한국인이라 느끼고 산다. 한국어도 더 배우겠다”고 했다. 올스타전 이벤트로 열린 애국가 제창을 위해 어머니에 한국인 개인교사까지 부탁해 남다르게 연습한 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문태종도 불렀지만 문태영은 “노래 솜씨는 내가 더 낫다”고 웃었다.

올스타전에 동반 선발된 것도 형제의 행복이었다. 문태영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왼 눈두덩을 다친 탓에 1쿼터 17초밖에 뛰지 못했지만 웃음기 가득했다. 바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서였다. “형이 MVP를 탈줄 알았는데”라며 ‘4쿼터의 사나이’답게 올스타전 승리를 이끈 문태종부터 챙겼다. 형은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지”라며 웃었다.

“팀이 이긴 것이 중요하다”라고 의연함을 잃지 않은 문태종은 “계획대로 되고 있다. 태영이가 줬던 정보가 다 맞았다”며 스스로“늙은 루키”라고 표현한 한국 첫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문태종은 한국 첫해 벌써 3가지를 얻었다. 문태종이라는 한국 이름, 첫 딸(아들만 둘 있었다) 그리고 한국 데뷔 첫 트리플 더블이다. 소속팀 전자랜드는 문태종 효과 속에 단독 2위로 전반기를 마쳐 플레이오프 4강 직행을 노린다. 반면 문태영의 LG는 SK, 모비스와 힘겹고 위태로운 6강 경쟁을 치열하게 거듭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문태종은 “우리 팀이 더 잘하고 있으니까 어머니가 LG를 응원해도 괜찮다. 어머니는 무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건 농구에서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여유롭게 답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가 어디 마음처럼 훈훈하기만 하겠는가. 올스타 휴식 이후 설날(2월3일)에 붙은 첫 경기가 하필이면 전자랜드 대 LG의 맞대결이었다.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형제의 제4차전에서 웃은 것은 문태종이었다. 문태종은 동생과의 매치업에 득점 13:16, 리바운드 3:8로 밀렸으나, 초박빙 흐름으로 전개된 4쿼터 1분 30초를 남기고 특유의 킬러본능을 과시했다. 문태영의 볼을 가로채더니 허버트 힐의 골밑 슛이 성공하도록 과감한 고공 패스를 구사했다. 곧이어 쇄기를 박는 2점짜리 미들슛까지 적중시켰다. 반면 문태영은 전반기 최종전 KT전 패배의 원흉이었던 자유투가 또 말썽이었다.

이로써 문태종의 전자랜드는 LG를 맞아 앞서 1,3,4차전을 이겼다. 문태영이 이긴 것은 2차전뿐이었다. 앞으로도 붙을 때마다 희비는 엇갈리겠지만 형제는 한국에서 뛰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린 시절 집 앞마당에서 일대일 농구를 했을 당시의 꿈이, 무엇보다 어머니의 꿈이 이 땅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