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겨울아시아경기 알파인스키 2관왕 김선주의 3색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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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어렵다고? 울화 치밀어 잠 못자”

‘신데렐라, 깜짝 금메달, 기적의 레이스….’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사진)가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알파인스키 2관왕에 오르자 각종 수식어가 쏟아졌다. 처음 도전한 활강을 시작으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작 김선주 자신은 이런 표현을 달갑지 않아 했다. “꾸준히 땀 흘리며 노력해왔는데 왜 깜짝 스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죠? 저는 김선주일 뿐입니다.”

4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만난 김선주는 여전했다. 당차고, 거침없는 성격에 발랄한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 스키의 대들보였다는 사실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듯이 말이다.

○ 선주는 당돌하다

김선주는 첫 경기인 활강을 앞둔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긴장이 돼서가 아니다. 주위에서 “알파인스키 금메달은 어렵다” “정동현 정도 돼야 메달 후보”라는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슬로프에 올라갈 때까지 그런 말들을 수없이 들으면서 ‘나를 꼭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오기가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주가 2관왕에 오른 것은 그만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대회로는 처음으로 활강에 도전한 그는 “연습 첫날은 몸에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에 담이 왔을 정도였는데 경기 당일에는 오히려 편하게 경기를 했다. 나는 실전형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4일 슈퍼콤바인드 회전 경기에서 3관왕에 도전했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졌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슬로프를 다시 올라 경기를 마쳤다.

○ 선주는 깜찍 발랄하다

김선주는 코치들로부터 “좌청룡 우백호를 달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장부로 통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요조숙녀가 된다. 대표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지만 김선주는 손수 코디한 빨간색 트레이닝복으로 남다른 감각을 뽐낸다. 결승선 통과 후 양손을 흔드는 깜찍한 세리머니는 누리꾼 사이에서 ‘꺄오’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그는 솔직하다. 2관왕에 오른 뒤 연락이 뜸했던 남자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온다고 털어놓았다. 수줍어하면서도 남자 친구의 조건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부지런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을 원해요. 외모는 안 보지만 웃는 모습이 멋지면 좋겠어요.”

○ 선주는 프로다

김선주는 “지금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기라는 건 한때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대단하다며 호들갑을 떨어도 나 스스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0위권에 들기 전에는 바람 들고 싶지 않아요.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80번째로 뛰었던 부끄러운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인터뷰 말미에 김선주는 기자와 의남매를 맺기로 했다. 지난해 그가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훈련장에서의 첫 만남에 이어 이번 대회 알마티까지 찾아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단다. “관심이 없을 때 지켜봐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스키어가 되고 싶다”는 김선주의 포부가 더욱 미덥게 느껴졌다.

알마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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