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여기는 상파울루] 삼바축구 뒤엔 열정 팬들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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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7시 00분


전북 현대가 지난 29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2부리그 소속 피라시카바와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 삼바축구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었다.
전북 현대가 지난 29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2부리그 소속 피라시카바와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 삼바축구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었다.
이것이 진짜 브라질 축구다.

뛰어난 축구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뜨거운 경기장 분위기와 축구를 볼 줄 아는 수준 높은 눈, 축구를 곧 삶의 낙으로 삼는 브라질 사람들의 축구 사랑이 피부에 직접 와 닿았다.

1월29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피라시키바 스타디움.

상파울루에서 전훈 중인 전북 현대가 피라시카바 클럽과 평가전을 가졌다. 전북 모기업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예정이어서 친선도모차 마련된 행사였다. 피라시카바는 상파울루 주 2부 리그에 소속돼 있다.

한국이 지역 리그가 없어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K3 리그 정도 되는 팀이다. 그러나 실력은 만만찮았다. 최근 브라질 1부 리그 팔메라스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석패했다.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현대자동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아졌다. 현대자동차는 경기 며칠 전 티셔츠 1만장을 배포했는데 이게 효과를 봤다. 경기장 바로 앞은 현대자동차 티셔츠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은 매우 낡았다. 좌석도 옛날식 돌 스탠드였다. 조명의 조도는 낮아 야간경기에 적합하지 않아보였고 하나 있는 전광판도 전·후반 45분을 알리는 시계가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일류였다. 1만 명 이상 관중이 본부석과 맞은 편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지역 라디오에서 경기를 생중계 했다. 지역 라디오 기자는 경기 전 전북 선수단에 대해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으며 리포팅 자료를 수집했다. 피라시카바에 혹시 브라질대표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없다.

피라시카바는 아주 작은 팀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말 끝 마다 꼭 나의 팀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에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경기 룰도 국제 규정을 따랐다. 심판진은 선수교체를 6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전·후반 멤버를 완전히 바꿔서 감각을 테스트하려던 전북 최강희 감독 생각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 직전까지 교체에 제한을 두지 말자고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할 수 없이 최 감독은 등번호를 바꿔 입히는 편법을 썼다.

휘슬이 울리자 팬들은 홈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심판이 홈 팀 반칙을 선언하면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적군이라도 멋진 플레이를 보이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사이좋게 2-2. 전북은 전반 헤딩으로만 2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정성훈의 만회골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루이스의 멋진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전북 선수들이 전형적인 남미의 스펀지 잔디에 고생한 반면 인근 지역 출신의 루이스는 90분 내내 종횡무진 활약하며 고향 팬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글·사진|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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