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야망&도전’ 새해 인터뷰] 이청용 "올핸 머리로 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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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7시 00분


“에이스? 여전히 팀에 활력 불어넣는 도우미일 뿐”

볼턴 이청용은 스포츠동아와 가진 신년 이메일 인터뷰에서 “51년 만의 아시안 컵 우승에 도움이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볼턴 이청용은 스포츠동아와 가진 신년 이메일 인터뷰에서 “51년 만의 아시안 컵 우승에 도움이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이청용(볼턴)은 소속 팀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다. 2년 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팀 내 입지도 확고히 다졌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가진 신년 이메일 인터뷰에서 “실력이 가장 향상된 부분은 헤딩”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51년 만에 아시안 컵 정상을 노리는 조광래호에서도 박지성(맨유)과 함께 팀의 중심이다. 2011년 벽두에 또 다른 도전에 나선 이청용. 그의 활약과 머리에 한국 축구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축구에 있어 이청용(23·볼턴)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박지성(맨유)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비는 이청용은 조광래 감독의 국가대표팀에서도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속 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볼턴 오언 코일 감독은 이청용이 결장한 12월 18일 선덜랜드 원정에서 0-1로 패한 뒤 “누가 에이스를 빼고 싶었겠는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보호 1순위란 의미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에이스. 아시안컵에서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아시안 컵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동아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내가 달라졌어요!


이청용은 항상 겸손하다. 하지만 숨김이 없다. 진솔하게 제 생각을 드러낸다.

데뷔 시즌이었던 과거와 비교해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다. 그런데 나아진 점보다 부족한 점을 훨씬 많이 꼽았다.

“글쎄요. 좋아진 게 있다면 헤딩? 부족한 부분은 너무 많아요. 슛도 정확하지 않고 스피드도 떨어지죠. 힘과 킥, 돌파 등등…. 아, 헤딩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네요.”

그러나 축구 인들은 이청용의 기량이 가장 향상된 증거로 종종 헤딩을 꼽는다. 국내 K리그에서 뛸 때와 비교해 타점이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공에 머리를 갖다대는 타이밍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EPL 무대에서 이청용의 헤딩슛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청용은 ‘에이스’라는 주변 시선에는 조금 쑥스러워 했다.

“전 솔직히 에이스는 아닌 것 같아요. 역할이 작년과 달라진 것도 없는데요, 뭘.”

몸 관리에도 철저하지만 특별히 보양 식을 챙겨먹는 일은 없다. 영양제를 먹고 오직 잠을 푹 자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영국은 운동이 과하게 많지 않아요. 몸 관리를 하는데 좀 더 수월하게 느껴지는 게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인데요. 잠을 많이 자는 편인데, 체력 관리에는 역시 잠이 최고죠.”

명절 때 제대로 쉬지 못하는 타이트한 스케줄도 이청용을 ‘잠꾸러기’로 만든 이유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 기분 좀 내고 싶다”던 이청용이지만 불행하게도 지난 해 12월 27일 웨스트브롬위치전을 준비하느라 훈련을 했고, 쉬는 시간에 ‘방 콕(방에 콕 들어박혀있음)’ 했을 뿐이었어요.”

그래도 영국 전역에 쏟아진 폭설 때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보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선배들의 은퇴? 그리고 아시안컵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선배의 은퇴설. 최근 박지성은 아버지 박성종 씨를 통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전해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박 씨는 “지성이가 ‘내가 물러나야 이청용과 같은 좋은 후배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머무는 맨체스터와 이청용의 집이 있는 볼턴은 불과 40여 분 떨어져있다.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거리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청용은 박지성과 종종 만난다. 함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쉬는 날에 주로 잠을 자거나 쇼핑과 볼턴 인근을 여행하는 일 외에 볼턴 동료들과 사적 만남을 거의 갖지 않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긴 박지성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 서운하진 않을까. 이청용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했다.

“아시안 컵은 한국 축구가 51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대회잖아요. 무엇보다 팀 승리부터 생각하고 대회에 임해야죠.”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볼턴이나 대표팀이나 제 임무에는 전혀 차이가 없어요.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제 주된 역할이자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피곤함도 없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도 큰 무리가 없다.

워낙 많은 지역을 오가며 원정 경기를 치르는 일에도 이골이 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 컵 본선이 치러질 카타르 적응 역시 이상 없다.

이청용은 새해 각오도 전했다.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시는 스포츠동아 팬 여러분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10년 기분 좋은 뉴스들이 많았는데, 2011년에도 훨씬 밝고 행복한 소식이 전해지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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