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팍인터뷰] 이학주 “2010년은 악몽…반드시 카스트로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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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1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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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를 이을 특급 유망주 이학주 [사진=MLBPARK]
추신수를 이을 특급 유망주 이학주 [사진=MLBPARK]

2010년 한국야구 최고의 히트상품은 추신수. 지난해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추신수는 2010시즌에도 3-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젠 조시 해밀턴(텍사스), 맷 할라데이(세인트루이스), 칼 크로포드(탬파베이) 같은 특급 외야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신수를 이을 차세대 빅리그 필드플레이어는 누가 될까? 현재 많은 유망주들이 미국프로야구에 진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특히 야수쪽은 빅리그 진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많은 선수들이 좌절을 맛봤고, 국내로 돌아왔다. 야구인생을 꽃피우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선수만큼은 기대할만하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선택한 유망주 이학주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보라스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추신수와 이학주 단 둘 뿐이다.


두 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학주와 추신수의 매력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툴플레이어라는 것. 국내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툴플레이어 기근현상이 심하다. 5툴 플레이어<*5 Tool Player : 야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인 타격(Hitting for Average), 파워(Hitting for Power), 수비 (Fielding), 강한 어깨(Arm Strong), 빠른 발(Running Speed) 5가지를 모두 갖춘 선수> 등 많은 툴을 갖춘 선수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고,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신수와 같은 완벽한 5툴은 아니지만 이학주는 많은 툴을 갖고 있다. 어릴 적 단거리선수와 높이뛰기 선수를 병행했을 만큼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또 충암고 시절에는 팀의 에이스를 맡았을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갖췄다. 민첩성과 송구능력이 요구되는 유격수 포지션에 최적화 된 선수라 할 수 있다.


추신수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각광 받고 있는 이학주를 신촌에서 만났다. 지금부터 그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이학주와의 인터뷰 내용(인터뷰는 반말투로)

1. 한국에 언제 들어왔어?

: 10월말에 왔으니까 2주 정도 됐지. 오랜만에 부모님께 효도하고 있어. 친구들도 가끔씩 만나.


2. 운동은 하고 있어?

: 요즘은 좀 쉬고 있어.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할거야. 초반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하다 서서히 다른 훈련들을 병행할거야.


3. 훈련은 누구랑 같이 하지?

: 같이 하는 사람은 없어.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프로그램을 보내줄거야. 난 거기에 맞춰 시키는대로 하는거지.


4. 고교시절 이학주는 많이 말랐었어. 오랜만에 보니 살이 붙은 것 같아(충암고 3학년때 프로필 : 187cm, 76kg).

: 웨이트를 많이 했어. 기술적인 면보다 체력과 파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거든. 키는 1-2cm 더 컸고, 몸무게는 82-83kg을 유지하는 중이야.


5. 올해 싱글 A 피오리아 치프스에서 거둔 성적에 만족해? 122경기 출전, 홈런1 타점 40 도루 32, 타율 0.282

: (고개를 여러 차례 가로저으며) 잊고 싶어. 악몽이야. 고개를 못 들겠어. 내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어.


6. 왜 그렇게 못한거야? 잘 좀 하지

: 동계훈련 때 연습을 많이 안 했어. 그게 바로 티가 나더라. 방망이가 안 돌아갔어. 스프링캠프 때 구단관계자, 코칭스태프, 동료들까지 놀랄 정도였지. 특히 타격코치가 많이 놀라더군. 실망을 많이 하더라. 원래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곧바로 하이 싱글 A나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어. 그런데 훈련 부족과 타격 슬럼프 때문에 못 올라 간거지. 더 놀랐던 건 훈련 부족이 생각보다 오래 갔던 거야. 금방 만회할 줄 알았는데 오래갔어. 시즌 중반쯤 가까스로 감을 찾았지. 하지만 시즌 끝날 무렵에는 체력이 못 받쳐주더군. 정말 힘든 시즌이었어. 대신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라는 걸 느꼈어. 앞으로 선수 생활 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거라 믿고 있어.


7. 도대체 겨울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훈련을 게을리 한거야?

: 훈련을 게을리 한 건 아니야. 나도 꿈이 있는데 놀았겠어? 열심히 운동했어. 문제는 웨이트 트레이닝, 기초체력훈련, 수비훈련에만 신경 썼다는거지. 방망이 훈련 대신 다른 운동을 많이 했어. 방망이 훈련을 안 했던 게 이렇게 티가 날줄 몰랐던거지. 이번 겨울에는 방망이 훈련도 열심히 할거야.


8. 7, 8월에 안타를 몰아쳤잖아. 멀티히트 경기도 자주 나왔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잘 때렸어?

: 타격감도 많이 회복됐고, 무엇보다 퓨처스게임에 출전했던 게 도움이 됐어. 잘 하는 선수들을 보니 자극이 되더라고. 각오도 새롭게 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집중력도 높아졌어. 그런 것들이 좋은 타격으로 연결된거야.


9. 사실상 이번 시즌이 첫 풀타임이잖아.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어?

: 정말 힘들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려면 체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기술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을 크게 못 느끼겠는데 체력과 파워는 많이 보완해야 될 거 같아. 결국은 체력과의 싸움이야.


10. 스탈린 카스트로 잘 알고 있지? 이 녀석이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잘하잖아. 너랑 자주 비교되던 친구라 할 말이 많을 텐데.

: 응 정말 할 말 많아. 매일 연습도 같이 했고, 친한 사이야. 지금은 카스트로가 유격수로 뛰고 있지만 2루수를 맡았을 땐 키스톤으로 호흡을 맞춘 적도 있어. 이 친구가 메이저리그로 초고속 승격할 때는 나도 깜짝 놀랐어. 그런데 이 녀석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하더라. 엄청 놀랐지.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나는 이 친구가 성공할 줄 알았어. 같이 뛰어보면 기량을 알 수 있잖아. 재능이 대단했거든. 그래도 약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잘 하더군.


11. 자극이 좀 됐을 텐데

: 물론이지. 가슴이 끓더군. 지금 내 머릿속은 카스트로를 이기겠다는 생각 뿐이야. 다른 경쟁자들은 관심도 없어. 무조건 카스트로만 생각하고 있어. 카스트로가 많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내가 그 녀석을 밀어내고 컵스의 주전 유격수를 차지하는 날이 올거야. 같이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자신 있어.


12. 일부 팬들은 카스트로가 잘 하면서 너가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있어. 포지션을 바꾸는 걸 생각해 본 적 있어?

: 무슨 소리야. 한 번도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유격수로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했고, 항상 유격수 이학주만 생각하고 있어. 카스트로를 밀어내고 꼭 컵스 유격수 차지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스탈린 카스트로 : 컵스가 자랑하는 유망주.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는 이름 만큼 수준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2010시즌 20살의 어린 나이에 당당히 컵스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시즌 성적은 홈런 3 타점 41 도루 10 타율 0.300.



13. 수비에서 에러가 너무 많은 거 같아. 그래서 많은 팬들이 너의 수비를 걱정하고 있어. 본인의 수비를 어떻게 생각해?

: 방망이가 걱정이지 수비는 걱정 안해. 수비 만큼은 자신 있어. 에러가 많긴한데 그 에러 중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록된 에러는 많지 않은 편이야. 중계플레이나 다른 부분에서 발생한 에러가 많았던 것 같아. 수비범위, 타구를 잡는 것, 송구는 다 자신 있어. 경험을 더 쌓으면 다음 시즌에는 에러를 많이 줄일거야.


14. 타격은 어떤 점을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해?

: 체인지업 공략이야. 상위리그로 갈수록 체인지업의 질이 달라져. 직구는 큰 차이가 없는데 변화구는 많이 달라. 그중에서도 체인지업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


15. 너의 가장 매력적인 툴 중 하나는 스피드야. 올해 3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어. 시카고 컵스에서도 너의 스피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텐데 더 빠른 선수도 있어?

: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더블 A에서 뛰는 선수중에 50개 정도의 도루를 한 선수가 있어. 그 선수가 나보다 조금 더 빠른 것 같더라. 그 선수 다음으로는 내가 가장 빠른 것 같아.

(*확인 결과 이번 시즌 더블 A 테네시 스모키스에서 외야수로 뛴 토니 캄파나였다. 1986년생인 캄파나는 이번 시즌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 도루 48(도루실패 20)개를 기록했다.


16. 이치로보다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파워도 괜찮은 편이야. 그런데 이번 시즌 성적을 보면 전형적인 슬랩히터였어. 앞으로도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한 스윙을 하는 이치로 같은 타자를 목표로 할거야? 아니면 파워까지 갖춘 중장거리 타자가 되고 싶어?

: 당분간은 컨텍과 스피드에 초점을 맞출거야. 투수들의 공에 익숙해지고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거리도 늘거라고 생각해.


17. 베이스볼 아메리카 등 몇 곳의 스카우팅리포트를 보면 순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야. 그렇기 때문에 마이너리그 산하 팀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도 기대가 클 것 같아. 그런 게 느껴져?

: . 많이 느끼고 있어. 성민규 코치(*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팀의 한국인 코치)께서 팀에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자주 이야기를 해주셔.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시거든. 나도 그런 걸 읽을 수 있어. 팀에서 다른 선수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 구단에서는 호세 레이예스 같은 유격수로 성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레이예스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해. 그런 유격수가 되려고 정교한 타격, 폭 넓은 수비, 빠른 발, 1번타자로 출루할 수 있는 능력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18: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서 어떻게 지내?

: 먹고 자는 편이야. 특별히 하는 건 없어. 성적이 좋을 때는 잠이 잘 오고, 부진한 날은 분해서 잠을 잘 못 자는 편이야.


19. 미국에서 뛰는 선수 중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선수는 누구야?

: 없어. 에인절스 마이너팀에 있는 정영일 선배와 가끔 연락하는 정도야.


20. 외로움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한국도 그리울 테고

: 작년에는 한국생각이 많이 났는데 이번 시즌에는 괜찮았어. 미국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거든.


21.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야?

: 경기 중에는 불편함이 없어. 평소 생활에서는 바디랭귀지로 버티고 있지. 아직은 많이 부족해. 미국에서 계속 생활하면 잘 할거라고 생각해.


22. 3때까지 투수도 했었어. 투수를 그만둔 건 후회 안해?

: 전혀 없어. 미련도 없어. 고등학교 때는 팀 사정 때문에 많이 마운드에 올랐던거야. 투수보다는 유격수로 뛰는 게 훨씬 좋아. 투수로는 안 좋은 기억이 많아.




23. 엠엘비파크는 알고 있어?

: . 알고 있어. 인터넷을 자주하는 편인데 자주 들르는 곳 중 하나야.


24. 게시판을 보면 어때?

: 나와 관련된 글이 있으면 신기하지. 악플은 그냥 가볍게 넘기는 편이고, 좋은 글 써주는 사람들은 고맙게 생각해. 아이디는 기억나지 않는데 고마웠던 팬이 있어. 미국 진출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주더라. 그 팬에게 사인볼을 선물하고 싶어.


25. 지금 아시안게임이 한창이야. 아시안게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 나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어. 다음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야. 4년 뒤에 열리잖아. 그때는 컵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아야지. 그러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26. 한국야구의 새로운 영웅이자 말이 필요 없는 역대 최고의 타자 추신수와 소속회사가 같잖아. 만난 적은 없어?

: 딱 한 번 있어. 직접 만나보니까 신수형은 정말 멋있었어. 포스가 느껴지더라. 열심히 해 라고 말해줬어. 신수형밥 한 번 먹자고 했는데 아직 못 먹었어. 나중에 사주겠지. 신수형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실력 뿐만 아니라 야구에 임하는 마인드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닮고 싶어. 나와 스타일은 조금 다르지만 보고 배울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해. 보라스 사무실에 갔더니 벽에 신수형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어. 보라스사와 계약된 메이저리거들만 사진이 걸려 있는데 신수형의 사진이 잘 보이는 곳에 있더라. 신수형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어. 나도 저렇게 될 테야라는 자극도 받았지.


27. 목표는 컵스의 주전 유격수잖아. 그 시기가 언제쯤 올거라고 생각해?

: 2012년 안에는 올라가야지. 기회가 올거야. 해낼 자신도 있어.


28. 마지막으로 이학주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면.

: 지난 시즌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다음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거야.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거든. 훌륭한 메이저리거가 되도록 열심히 할 테니 올해도 응원 많이 보내줬으면 좋겠어.


*이학주 인터뷰 초간단 요약

1. 미친 자신감. 이학주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2년 전 인터뷰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학주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인터뷰 내내 카스트로는 무조건 이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학주의 뇌를 뜯어보면 절반은 카스트로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2. 잘 빠졌다. 많은 운동선수를 봤지만 이학주 만큼 멋진 몸을 가진 선수는 많지 않다. 몸만 봐도 툴로 꽉 찼음을 알 수 있었다.

3. 김상수, 오지환, 안치홍 등 친구들을 의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이 잘 하기를 바라면서도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해 그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동훈 엠엘비파크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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