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400m도 金 ‘2관왕’]“박태환 빨리 와라” 외치더니… 적수 안된 장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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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홍보영상서 대결 별러… 中수영 최고스타 자리도 위태

자국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에게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내준 장린(23). 그는 석 달 가까이 올림픽 주제가인 ‘유앤드미(You&Me)’만 나와도 눈물을 흘렸다. 노래가 들릴 때마다 박태환과 자신이 대비되는 듯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대로 방에 박태환의 사진을 붙여 놓고 이를 갈았다.

1년 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장린은 화려했다. 그는 자유형 8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박태환은 결선에도 나서지 못한 400m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마 대회 이후 장린은 턴 동작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또 2007년 11월부터 그를 지도한 데니스 코더렐(호주)과 결별하고 올해는 미국에서 훈련을 했다. 그는 올해 8월 팬퍼시픽선수권에서 박태환을 다시 만나 400m에서 졌다. 하지만 기죽지는 않았다. 그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분명 박태환을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아시아경기 개막을 앞두고 중국중앙(CC)TV에는 대회를 알리는 홍보 영상이 하루에 수십 번 방영됐다. 대회 중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장린은 “아시아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박태환은 나의 경쟁자다. 빨리 오라. 내가 이길 것이다”라고 외친다. 이는 한중 두 라이벌에 대한 중국 내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또 장린이 박태환과의 대결을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 보여준다.

장린은 14일 200m에서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다음 날 계영 800m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날 레이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지인에게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16일 오전 자유형 400m 예선을 마치고 결선레이스 전략을 묻는 질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회 전 넘치던 자신감은 사라진 듯했다. 결국 그는 결선에서 박태환에게 무려 7초62 뒤진 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아시아경기를 통해 중국 수영 최고 스타의 자리도 19세 쑨양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15일 계영 800m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주자를 장린이 아닌 쑨양이 맡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

장린은 인터뷰에서 “올해 훈련은 조화롭지 못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낮았고 표정은 어두웠다.

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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