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프로도 승부처에선 “덜덜덜”

  • 동아일보

한국오픈 내일 개막… 우승후보들 속내 공개

7일 개막하는 한국오픈에 출전하는 노승열, 배상문, 앤서니 김,양용은, 대니 리, 김대현(왼쪽부터)이 서울 광화문을 배경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코오롱 엘로드
7일 개막하는 한국오픈에 출전하는 노승열, 배상문, 앤서니 김,양용은, 대니 리, 김대현(왼쪽부터)이 서울 광화문을 배경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코오롱 엘로드
‘바람의 아들’ 양용은(38).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즈는 ‘타이거 공포증’이라는 단어를 만들 만큼 동반자를 압박하기로 유명하다. 우즈가 메이저 대회에서 선두였다가 역전패한 것은 처음이었다.

양용은 “너무 떨려 티를 못 꽂은 적도…”

강심장으로 소문난 양용은이 감추고 싶은 과거를 드러냈다. 7일 천안 우정힐스GC에서 개막하는 한국오픈을 앞두고 5일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1999년 SBS최강전 마지막 날 챔피언 조로 우승을 다투게 됐는데 너무 떨려 티도 제대로 꽂을 수 없었어요.” 한국프로골프협회에 확인한 결과 약간 달랐다. 실제론 1998년 SBS최강전이었다. 양용은은 2위로 최종 4라운드에 들어갔다가 78타로 무너져 6위에 그쳤다. 우승은 양용은과 같은 조였던 당대 최강 박남신이었다.

김대현 “손이 덜덜… 속으로 노래 불러”

두둑한 배포로 유명했던 양용은도 한때 극심한 부담감에 무너졌던 사실을 밝힌 일화였다. 프로들도 긴박한 상황에서 긴장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대현은 “고비에서 손이 떨린다.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털어놓았다. 앤서니 김은 “100등 이하일 때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 잘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시기에도 골프를 친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조언했다. 19세의 영건 노승열은 “긴장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티샷 못하면 세컨드샷, 그것도 안 되면 어프로치를 잘하면 그만이다. 이번 주 못 치면 다음 주에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고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앤서니 김 “못칠땐 괜찮은데 잘할때 더…”

주말 골퍼를 위한 팁에 대해 양용은은 “어떡하면 잘 치냐고 물어오면 오히려 연습은 하느냐고 되묻는다. 라운드하는 게 연습이라고 하는 분은 절대로 잘 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대회 코스는 러프를 20cm 가까이 조성해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용은은 “김대현, 대니 리, 노승열 같은 후배들과 라운드해 보니 30야드 가까이 거리가 덜 나갔다. 정확성을 높여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19세 노승열 “긴장 순간? 기억이 별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배상문은 “250야드 가까이 되는 파3홀이 많다. 롱아이언을 잘 쳐야 한다. 위험한 홀을 잘 넘겨야 한다. 버디를 잡는 것보다 파를 지키는 게 더 소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cm 러프’가 최대 변수 될 듯

러프를 의식해 정확도를 강조한 선배들과 달리 노승열은 “미국과 유럽의 큰 대회 경험을 통해 러프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다. 멀리 치는 것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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