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야구 롤러코스터] 정민태 “손승락 구원왕 왜 모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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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8일 07시 00분


“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532게임의 대장정, 페넌트레이스가 올해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간 기분이에요. 하지만 가을이야말로 진짜 롤러코스터의 계절이에요. 흥건한 잔치 뒤에는 늘 논공행상이 뒤따르니까요.

○손승락 홍보 대작전

넥센 손승락이 단독 구원왕으로 확정됐어요. 넥센 창단 이래 첫 타이틀 홀더의 영광이에요. 김시진 감독은 “올해 최고 수확은 손승락”이라고 표현해요. 그러나 추석연휴와 포스트시즌 정국에 묻혀 신문에 거의 부각되지 않아요.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정민태 투수코치가 직접 홍보팀장으로 나섰어요. 언제 기사 나오고, 사이즈는 어떻게 되느냐고 다 체크해요. 홍보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구종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거품을 물고 반론을 제기해요. “체인지업, 커브 다 던질 줄 아는데 내가 못 던지게 하는 거다. 원래 마무리는 구종이 단순해야 된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다 안 되면 그때 다른 구종을 선보이면 되는 거다.” 그러나 구종 다변화를 주문한 주인공은 김시진 감독이었어요. 그럼에도 정 코치는 기 안 죽어요. 김 감독과의 허심탄회한 신뢰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에요. 하긴, 김 감독이 넥센의 투수공장장이라면 정 코치는 작업반장일 테니까요.

○뒤숭숭한 하위팀 코치들

가을잔치에 불참하는 하위팀들, 특히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코치들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벌써부터 갖가지 소문이 돌고 있어요. 사실도 있고, 말 그대로 소문이 부풀려진 측면도 있어요. 심지어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소문도 있대요. A구단은 2명의 코치가 새로 들어온다는 말이 돌아요. 한명은 잘리고, 한명은 2군으로 간대요. 해당 분야 코치들, 말은 못하고 귀만 쫑긋 세우고 있어요. 서로 정보면 정보, 소문이면 소문 공유하며 앞날을 걱정해요. B구단에서도 괴담이 나돌고 있어요. 감독 핵심 참모여서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도 들지만 “시즌에 앞서 자신만만하게 공약한 것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가을잔치’에 참가하는 4강팀이야 나중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만큼은 ‘잔치’ 기분을 내고 있지만 하위팀들은 초상집마냥 우울한 가을이에요.

○잊고 싶은 불명예 타이틀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어요. 탈삼진-방어율 2관왕 한화 류현진, 다승왕 SK 김광현, 타격 부문 7관왕 롯데 이대호 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요.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름의 타이틀을 딴 이들도 있어요. 올 시즌 가장 선구안이 좋았던 선수는 한화 김태완이에요. 초반부터 줄기차게 걸어 나가더니 결국 볼넷 타이틀을 거머쥐었어요. 팀을 위해 가장 많은 번트를 댄 선수(희생타)는 SK 정근우(22개), 가장 많은 희생플라이를 때려낸 선수는 두산 김현수, SK 최정, 한화 정원석(8개씩)이 공동수상했어요. 물론 ‘좋은’ 기록만 있는 건 아니에요. 시즌 최고 삼진왕은 LG 오지환이에요. 원래 두산 이성열(136개)이 삼진왕 굳히는 듯했지만 오지환이 잔여경기를 치르는 동안 줄기차게 삼진을 당해(137개) 1개차로 1위를 거머쥐었어요. 피홈런 1위 투수는 두산 임태훈(27개)이에요. 임태훈은 5월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한 경기 최다 피홈런(2이닝 5홈런)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어요. 그러나 맏형 김선우는 불만이에요. “태훈아, 형이 뭐라고 그랬어. 뭐든지 톱이 되라고 했지. 왜 타이기록을 세워. 한 경기 6홈런을 맞았어야지.” 임태훈은 김선우의 농담에 그저 웃어요.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각오는 남달라요. “홈런 맞을 걸 두려워하다가 내 공 못 던지는 게” 더 창피하다나요.

○새벽에 일어나 산삼 10뿌리 먹는 류택현

LG 류택현은 추석 전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했어요. 우리 나이로 마흔 살, 주위에선 다들 “그 나이에 수술해서 성공할 수 있겠냐”며 ‘미친 짓’이라고 해요. LG도 일단 임의탈퇴선수로 처리한 뒤 경과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래도 본인은 “반드시 다시 마운드에 서겠다”며 의지가 대단해요. 아직도 한달은 지나야 재활훈련 시작할 수 있는데 벌써부터 재활준비 돌입했어요. 강원도 평창까지 가서 귀하디귀한 산삼 구해왔대요. 큰 뿌리 3개, 작은 뿌리 7개, 무려 10뿌리에요. “얼마나 투자했냐”는 말에 “금액은 비공개”라며 웃어요. 2차례나 전신마취수술을 하면서 잃어버린 원기부터 되찾아야 재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일단 아는 한약방에서 산삼 진위부터 확인한 결과 “진짜가 맞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 그리고 심마니의 처방을 따랐어요. “묘시(卯時)에 해를 보고 씹어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묘시면 오전 5∼7시. 평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 배인 야구선수에게 그 시간은 그야말로 꼭두새벽이에요. 그렇게 해야 효과 만점이라니 어쩔 수 없어요. 자명종 맞춰놓고 눈 비비고 일어났어요. 그리곤 해 떠오를 무렵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산삼 씹어 먹었어요. 류택현은 “마치 허준 드라마 찍는 기분이었다”면서 “지금 힘이 불끈 솟고 나중에 재활 끝날 때는 힘이 떨어지는 거 아냐”라며 웃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류택현의 지극정성 부활의지가 하늘까지 통할 수 있을까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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