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한국 테니스의 ‘잃어버린 10년’ 위기감조차 없는 게 진짜 위기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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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16강에 올랐다. 이형택이 신천지를 열면서 국내 테니스는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강산이 한 번 변한 세월 속에 오히려 퇴보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연이은 악재에 허덕였다. 남자 테니스는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필리핀에 패해 7년 만에 2그룹 강등의 수모를 안았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에 경험 미숙과 부상이 겹친 탓이다.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한솔코리아오픈에서는 김소정(한솔제지)이 단식 1회전에서 패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 테니스는 이 대회에서 7년 연속 한 명도 2회전에 오르지 못하는 부진에 허덕였다. 5년 연속 출전했던 김소정은 “집중력과 체력에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 테니스는 어느덧 최강으로 군림하던 아시아에서도 삼류로 밀려났다. 남자 테니스는 세계 랭킹 300위 이내의 선수가 전무하다. 여자 테니스도 이진아가 166위로 국내 최고다. 여자 랭킹을 보면 100위 이내에 중국은 4명, 일본은 2명, 대만은 2명의 선수가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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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의 쾌거를 계기로 유망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국제 경쟁력은 뒷걸음쳤다. 힘겨운 투어 생활보다는 국내 무대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한국 배드민턴은 약점 보완을 위해 중국 지도자까지 영입한 반면에 테니스는 그 흔한 외국인 코치를 보기 힘들다.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꿈나무를 발굴하고 해외 무대를 향한 적절한 동기부여가 시급하다.

“지난 10년은 투자를 많이 한 시기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한 원로 테니스인의 한숨만큼이나 국내 코트에 드리워진 그늘은 짙기만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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