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승부조작 의혹’ 학원축구 무엇이 문제인가?

동아닷컴 입력 2010-09-15 07:00수정 2010-09-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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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이 있는 감독들끼리는 순위가 중요하지 않은 시합에서 ‘봐주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①친한 감독 성적 나쁘면 봐준다

②순위 결정되면 ‘슬슬’…리그제 부작용

③중요한 대회 아니면 대충…‘최선’ 없다


현장에선 이런 사실 알고도 ‘쉬쉬’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 절실
2010 SBS고교클럽 챌린지리그에서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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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대회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광양제철고가 포철공고에 후반 막판 5골을 내주며 1-5로 역전패 당하자 승부조작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다급하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2010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 4강 진출 등 국제무대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뒀던 한국축구는 깊은 상처를 입을 게 뻔하다. 국제적인 망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중고 및 대학까지 리그제로 전환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학원축구의 문제점을 긴급 진단해본다.

○과도기의 리그제

리그제 전환 2년째를 맞이해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이 승부조작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 리그제로 전환되면서 순위를 결정지은 팀들이 일부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습이 자주 드러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는 승부조작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의혹이 불거졌다.

물론 봐주기 경기는 학원 축구뿐 아니라 K리그에서도 간혹 나왔다. 리그 막바지에 순위가 결정되면 1.5군 혹은 2군을 기용해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성적도 성적이지만 축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마인드를 키우는 학원축구는 최소한 이런 구태를 지양해야한다.

축구인 헌장에는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정정당당하게 경기 한다’, ‘상대 선수와 동료 선수, 심판과 임원, 관중을 존경 한다’는 구절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승부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횡행하는 ‘봐주기’

지난해까지 학원축구에 몸담았던 한 감독은 ‘봐주기’가 근절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분이 있는 감독들끼리는 순위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 ‘봐주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예를 들면 성적이 좋은 팀 감독이 성적이 좋은 않은 팀의 절친한 감독을 만나면 일부 중요 멤버를 빼고 경기를 하거나 경험이 거의 없는 저학년을 기용한다는 것이다.

경기는 제대로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 축구인은 “경기장에서 보면 눈에 확 띄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문제 삼지 않고 쉬쉬했던 것이 부작용을 더 키웠다”며 쓴 소리를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적 때문이다. 서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이기도 하다. 성적지상주의 학원축구의 한 단면이다.

○학원축구에 다관왕은 없다(?)

지난 3년간 대회 성적을 보면 다관왕을 차지한 팀이 별로 없다. 리그제로 전환되기 이전에는 간혹 다관왕 팀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는 2관왕 팀은 있지만 그 이상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한 축구인은 “1개 대회 이상 우승을 차지하면 대회를 골라서 나오거나 중요한 대회가 아닐 경우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결국 최선을 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의 질과 대회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원축구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승부조작 의혹은 리그제가 보완해야할 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투명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예방책을 마련해야만 학원 축구의 구태가 사라질 것이다.

[스포츠2부 축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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