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장수연 ‘눈물의 성장통’

이헌재기자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5-05-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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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몰랐던 15번홀 통한의 실수, 품안의 우승컵 놓쳐…

마지막 18번홀 버디 퍼트는 빗나갔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선배 언니들의 축하 생수 세례가 쏟아졌다. 2타 차 완벽한 우승이었다.

1위로 끝낸 뒤 ‘골프백 위치 규칙위반’ 지적받아 2벌타
연장전 패배… “아쉽지만 친한 정은언니 우승해 괜찮아”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불의의 2벌타. 16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좋았던 리듬마저 잃어버렸다. 손에 들어왔던 우승은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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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화성의 리베라CC(파72·6500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추천 선수로 출전한 장수연(함평골프고1)은 2라운드까지 예상을 뒤엎고 선두를 질주했다. 최종 3라운드 들어서도 쟁쟁한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인 그는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내며 2위 이정은(22·호반건설)을 2타차로 제쳤다.

하지만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는 순간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으로부터 15번홀(파4) 때의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더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장수연이 세 번째 샷을 할 때 골프백이 정면 3m가량 되는 지점에 놓여 있었는데 골프규정 8조 2항을 위반했다는 얘기였다. 골프백이 홀 방향으로 세워져 있어 플레이에 도움을 줬다는 것.

장수연은 안타까운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결국 이정은과 동타를 이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 장수연은 1.2m 파 퍼트에 실패하며 무난히 파를 잡아낸 이정은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장수연이 우승했다면 지난주 LIG클래식에서 우승한 배희경(18·남성여고 3년)에 이어 15년 만에 2주 연속 아마추어 우승이 나올 뻔했다. 가장 최근 아마추어 선수의 2주 연속 우승 기록은 1995년 미도파 여자오픈과 크리스찬디올 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른 박세리(33)가 갖고 있다.

아깝게 우승을 놓친 장수연은 “내 앞에 백이 놓여있었는지 정말 몰랐다. 그런데 화면을 보니 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아쉽긴 하지만 친한 정은 언니가 우승을 해서 괜찮다. 이번 기회를 통해 룰도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캐디를 봤던 아버지 장귀선 씨는 “하늘이 우승을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허탈해했다.

이정은, 서울경제오픈 우승

행운의 우승을 차지한 이정은은 시즌 첫 승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6000만 원. 장수연과 함께 챔피언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김하늘(22·비씨카드)은 3위(5언더파 211타), 김보경(24·던롭스릭슨)은 7위(1언더파 215타)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바닥에 내려 놓은 클럽 홀쪽으로 향하면 벌타▼

■ 주말골퍼 위반하기 쉬운 규칙


장수연에게 통한의 2벌타를 안긴 골프규정 8조 2항을 보면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 선상 또는 그 선 가까이나 그 홀을 넘어 연장선 위에 어떤 장비도 세워두지 못한다’라고 돼 있다.

15번홀에서 장수연이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골프백은 전방 3m 정도에 놓여 있었다. 그 홀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장수연이 16번홀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한 갤러리가 경기위원회에 전화로 이의제기를 했고 경기위원들이 모여 비디오 판독을 한 결과 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김광배 경기위원장은 “장수연이 공을 치고자 하는 방향과 골프백이 평행하게 놓여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플레이에 도움이 됐다는 데 경기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장수연의 사례처럼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면 주말 골퍼들은 2벌타를 받아야 할 상황이 적지 않다. 주말 골퍼들은 정확하게 거리를 가늠하지 못할 때 2개의 아이언을 갖고 가서 플레이를 하곤 한다. 이때 무심코 한 개의 클럽을 바닥에 내려놓는데 그 클럽이 홀 방향을 향했다면 이는 규정 위반이다.

롱 티와 쇼트 티가 끈으로 연결된 티를 사용할 때도 위반의 소지가 많다. 롱 티를 꽂은 뒤 쇼트 티로 어드레스에 도움을 받았다면 이 역시 규정 위반으로 지적될 수 있다. 샷을 하기 전 캐디가 방향을 가르쳐줄 수 있지만 샷을 할 때 그 방향에 서 있는 것도 2벌타 감이다.

KLPGA 관계자는 “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부모나 친척들이 캐디를 맡곤 하는데 이들이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벌타를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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