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불패’ 만든 마운드 주인의식 잊지 못할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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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구대성… 떠나는 형에게 후배 정민철이

《한화 구대성(41)은 3일 삼성과의 대전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2000년 10월 12일 삼성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지 10년 만이었다. 그는 삼성 선두 타자 조동찬에게 공 4개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구대성의 한국 프로야구 마지막 투구는 그렇게 끝났다. 마운드를 내려와 코치, 선수들과 차례로 악수를 한 구대성은 마지막으로 정민철 투수코치(38)와 뜨겁게 포옹했다. 한화의 1999년 첫 우승 당시 정민철은 제1 선발투수, 구대성은 철벽 마무리였다. 정민철이 구대성의 은퇴를 바라본 소회를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대성이 형, 30년 넘게 한동네에서 알고 지낸 형이 은퇴한다고 하니 느낌이 이상하네. 많은 사람이 형에게 ‘고생했다’며 축하 인사를 건네겠지? 난 그 인사를 받을 때의 미묘한 기분을 알기에 형에게 고생했다는 말보다는 그저 제2의 인생을 축복해주고 싶다.

형이 호주로 가서 2년 동안 선수 겸 코치로 뛴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형답다고 생각했어. 형은 원래 정해진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잖아. 뭐든지 시도할 수 있는 과감함과 마라톤 선수 못지않은 지구력! 그게 형이지. 쉽지 않은 도전에 박수를 보내.

팬들이 말하는 한화의 전성기에 형이랑 함께 야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어떤 사람들은 6회면 마운드에 올라와 60∼70개씩 공을 던지고 다음 날 또 등판하는 형을 보고 혹사당했다 말을 했지만…. 우리는 알잖아.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인 걸. 형처럼 많은 공을 던지고도 장수한 것은 요즘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

결국 마운드에 올랐을 때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주인 의식이 ‘대성불패’를 만든 것 같아. 형이 보여준 놀라울 정도의 주인 의식만큼은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

언젠가는 형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후배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날이 오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구대성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후배를 묻자 괴물 류현진도, 등번호 15번을 물려준 유창식도 아니었다. 정민철이었다. 그는 “민철이는 더 뛸 수 있었는데 너무 일찍 은퇴한 거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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