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아쉬움… 그래도 잘 싸웠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30 03:00수정 2011-04-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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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여자월드컵 독일에 1-5 패배 결승행 좌절 20세 이하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아쉽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한국은 29일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4강전에서 1-5로 졌다. FIFA 주관 대회에서 성인과 유소년을 통틀어 첫 결승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결승 문턱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개최국 독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대표팀은 한국 여자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FIFA 랭킹 2위인 독일은 강력한 우승 후보답게 강했다. 대표팀은 평균 신장이 170cm가 넘는 독일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려 제대로 공을 잡지도 못했다. 제공권에서도 밀렸다. 비가 내려 공과 그라운드가 미끄러워 특유의 개인기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독일은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평균 신장 170㎝ 넘는 獨에 몸싸움 스피드 밀려 지소연 후반 19분에 1골 만회…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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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반 13분 스베냐 후트가 문전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슛한 것이 골로 연결됐다. 이어 전반 26분 킴 쿨리히가 추가골을 넣으며 앞서 갔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는 51%로 앞섰지만 슛을 3번밖에 날리지 못할 정도로 독일 수비에 고전했다.

전반을 0-2로 마친 한국은 후반 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갔다. 골 기회도 여러 번 나왔다. 후반 10분 이민아(영진전문대)가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받아 골대 왼쪽에서 강하게 찬 슛이 아쉽게 벗어났다.

특히 4경기에서 6골을 기록한 지소연(한양여대)이 살아나면서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띠었다. 지소연은 특유의 드리블을 선보이며 독일 문전을 헤집고 다녔다. 후반 19분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치며 빠른 돌파를 한 뒤 오른발로 감아 찬 공이 독일 골대를 흔들었다.

그 사이 독일은 후반 5분, 22분 득점왕 후보 알렉산드라 포프의 골(8, 9호)과 후반 8분 쿨리히의 골로 멀리 앞서 갔다. 대표팀의 수문장 문소리(울산과학대)는 여러 차례 선방하며 활약했지만 독일의 골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대표팀은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은 200여 명의 한국 축구팬은 끝까지 잘 싸워준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1404명 vs 105만명… 높은 벽 실감▼

등록 女축구선수 비교안돼 팀수-FIFA랭킹도 큰 격차 극적인 드라마 결국 없어

‘1404명 vs 105만 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누가 봐도 뻔한 대결이었다. 한국이 독일에 졌지만 이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한국과 독일 여자 축구의 현실을 비교해 볼 때 4강도 기대 이상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프로는 아니지만 여자 축구에서 미국 다음으로 빅리그로 통한다. 1990년 창설돼 1부 12개, 2부 24개 팀이 있다. 승강제가 있어 시즌이 끝나면 1부 리그 하위 2개 팀은 2부 리그로 떨어지고 2부 상위 2개 팀은 1부로 올라간다. 바이에른 뮌헨 등 프로 구단에서 여자팀을 운영해 대표팀 전원이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리그까지 합치면 클럽 수는 97개에 이른다. 독일은 역대 9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이나 우승했다. 독일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올해 기준으로 무려 105만301명이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의 강국으로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4강에 네 번 올랐고, 2004년에는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 여자 축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고작 1404명. 독일의 0.1%도 안 된다. 실업팀도 올해 부천시설관리공단이 창단되면서 7개 구단이 됐다. 이번 대표팀에 실업 선수는 정혜인(인천제철) 한 명뿐이다. 실업팀 외에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등학교 16개, 대학교 6개가 전부다. FIFA 랭킹도 21위로 독일과는 19계단이나 차이가 난다.

한국 여자 축구가 4강까지 오르며 가능성은 찾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실업팀 경기가 열리는 날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거의 없다. 수천 명의 관중이 찾는 독일 리그와는 달리 국내 실업리그에는 선수 가족들만 경기장을 지킨다. 시장성이 없다보니 처우도 좋은 편은 아니다. 보통 실업선수들의 연봉은 3000만∼4000만 원 정도다. 국가대표 선수로 10여 년을 활동하다 현재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는 부산 상무의 이미연 감독은 “선수들이나 부모들이 여자 축구에 대한 상품가치를 못 느끼고 있다. 축구를 해서 성공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저변도 크게 줄고 있다. 1가구 1자녀인 탓에 전반적으로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인데 유독 여자 축구가 심하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에 초등학교 팀이 단 하나다. 전문가들은 “학교축구 시스템으론 안 되고 클럽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딸을 매일 밖에서 공만 차 얼굴이 시커멓게 되는 축구 선수로 만들려는 부모는 없다. 그래서 방과 후나 주말에 재미삼아 축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저변을 넓히고 그 속에서 선발해 키우는 클럽 시스템 확충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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