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기자의 킥오프]편파판정에… 고문 죽음에… 어느 아마팀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21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장기축구대회 겸 전국체전 서울시 일반부 선발전 결승. 아마추어리그인 K3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연장전 끝에 N리그의 험멜에 2-3으로 진 뒤 두 번 울었다. 2-1로 앞서다 노골적으로 험멜을 봐주는 심판 때문에 울었고 경기가 끝난 뒤 자신들을 뒷바라지해줬던 조점호 고문(52)의 운명 소식에 다시 울었다.

이날 서울 선수들은 우승컵을 조 고문에게 바칠 생각이었다. 조 고문은 2007년 창단 때 부사장으로 시작해 그해 말 사장을 맡아 연간 수천만 원의 개인 돈을 써가며 어려운 팀 살림을 책임져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3월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주 2회 훈련하는 ‘풀뿌리’ K3가 발전해야 한국축구가 든든해진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 전 간경화와 당뇨합병증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조 고문에게 선수들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번 우승컵이었다. 그게 눈앞에서 날아갔고 조 고문까지 세상을 떴으니 선수들의 가슴은 더 미어졌던 것이다. 원호인 서울 단장은 “팀의 한 축이 빠졌다”고 했다.

조 고문의 축구 사랑은 유별났다. 그는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초청장이 와도 표를 구입해 관전했다.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보는 ‘상품’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대 근처에서 맥주 전문점 뷰티풀비어를 운영하며 축구 전도사 역할을 했다.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맥주값은 받지 않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베스트11’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월 11일에는 ‘뷰티풀 데이’ 행사를 열어 맥주는 무한정 공짜로 제공하고 안주값만 받으며 ‘축구 세일’을 했다. 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축구인 이상이었다.

조 고문이 이렇게 한국축구를 생각했는데 편파 판정이란 고질적인 문제 탓에 ‘특별한’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게 돼 주변 인물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경기를 지켜본 프리스타일 축구의 제왕 우희용 씨는 “조 고문이 한국축구의 썩은 모습을 보고 떠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발인은 23일 오전 9시 30분 삼성서울병원. 02-3410-6905

양종구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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