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가에 “스페인 왕 공경” 가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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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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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스페인 지배받아
끝부분에 독립쟁취 의지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12일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 결승전 킥오프 직전 국가 연주에서 축구팬들은 흥미로운 광경을 보게 된다.

네덜란드 국가에 ‘나는 평생 스페인 왕을 공경해왔다’는 대목이 있는데 네덜란드 응원단이 이를 따라 부르기 때문이다. 국가에 다른 나라의 이름이 나오는 게 드물기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결승전에서 맞붙는 상대가 스페인이어서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국가는 얼핏 스페인에 우호적인 내용인 듯하지만 이 노래에는 두 나라의 순탄치 않은 역사가 드러난다. 네덜란드는 16세기에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홀란트와 위트레흐트 지역의 총독이었던 오라녀 공 빌렘은 처음엔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나 이후 스페인의 폭정에 반대해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주도했다. 네덜란드는 1588년 스페인 세력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했다.

네덜란드 국가의 가사는 빌렘이 독립군 앞에서 했다고 전해지는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1절에서는 ‘오라녀 공으로서 나는 자유롭고 용맹하며/평생 스페인 왕을 공경해왔다’고 노래하지만 6절에서는 ‘주여, 나를 용맹한 당신의 종으로 써주시고/사무치는 폭정을 물리치도록 해주시옵소서’라며 반(反)스페인 감정을 드러낸다. 이 노래는 독립전쟁 당시부터 애창됐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1932년에 공식 국가로 제정됐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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