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네덜란드의 우승을 바라는 이유

동아일보 입력 2010-07-09 12:29수정 2010-07-1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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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진돗개'였다. 전라남도 진도군 출신인데다 진돗개처럼 영리하고 성실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진돗개 외에 또 하나의 별명은 '통뼈'. 그와 부딪친 상대 선수들은 튕겨나가기 일쑤일 정도로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허 감독의 팔뚝 등을 만져보고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허 감독이기에 1980년부터 3시즌동안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아인트호벤에서 77경기를 뛰며 15골을 넣는 활약을 할 수 있었다. 허 감독은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활약한 최초의 한국 선수다.

그가 뛸 당시 네덜란드축구는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세계 최강이었다. 요한 크루이프라는 축구천재가 이끄는 네덜란드축구대표팀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라는 새로운 형태의 축구 전술로 세계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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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토털 사커'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것은 네덜란드인의 체격이 크고, 이를 바탕으로 강인한 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인은 남자 185㎝, 여자 169㎝로 평균 신장 세계 1위다. 여기에 체력도 강해 이종격투기 등에서도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융무 허'로 불리며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허정무 감독이 활약한 뒤에도 한국과 네덜란드 축구는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은 1984년 네덜란드에서 귀국해 국내 프로축구리그 현대에 입단하면서 아인트호벤 팀 동료였던 렌스베르겐을 대동했다. 렌스베르겐은 현대에서 2시즌 동안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이 렌스베르겐이 바로 한국에 진출한 첫 외국인 축구선수다.

2000년 12월, 네덜란드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며 한국과 네덜란드 축구의 인연은 절정을 이뤘다. 히딩크 감독 이후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송종국 등 월드컵 스타들이 아인트호벤, 페예노르트, SVC 엑셀시오르 등 네덜란드 프로축구팀에 잇따라 진출했다.

그리고 네덜란드 출신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연이어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았고 이들의 뒤를 이어 네덜란드축구를 체험한 허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대회 첫 16강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19세의 유망주 석현준이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클럽인 아약스에서 지난해부터 기량을 쌓아가고 있다. 석현준은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아약스가 영입한 선수다.

네덜란드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32년 만에 결승에 올라 스페인과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맞붙는다.

스페인 보다는 훨씬 가깝게 느껴져서 일까. 이번 결승전에서 '남 같지 않은' 네덜란드가 우승 했으면 하는 바람이 은근히 든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 다시보기 = 준우승만 두차례, 오렌지군단 결승 진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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