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도착시간 0.5초 골키퍼 반응 0.6초…근데 왜 못 넣냐고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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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11m…승부차기의 비밀

잔인한 11m 러시안룰렛. 하지만 그것은 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부차기를 도입한 것은 1970년. 그 전에는 무승부가 되면 추첨으로 승부를 정했다. 월드컵에서는 1982년 스페인대회 때부터 등장했다. 월드컵 역사상 승부차기가 연출된 것은 총 20번. 2006독일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이후 16경기 중, 4경기에서 승부차기가 나왔다. 독일은 서독시절을 포함해 4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이겨 ‘11m 러시안룰렛’의 최강자로 꼽힌다. 반면, 잉글랜드는 3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한국도 2002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4강에 진출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승부차기에서 공을 차는 지점과 골대 사이의 거리는 11m. 키커가 90∼120km의 속도로 찬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0.5초 이내다.

하지만 골키퍼의 반응속도는 약 0.6초. 이론상으로 승부차기의 성공률은 100%다. 물론 현실에서는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커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 때문이다. 2002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5번째 키커로 나섰던 홍명보(올림픽팀 감독)도 “골을 넣은 후 4강에 진출했던 기쁨보다, 실축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고 고백할 정도.

골키퍼는 키커의 이런 압박감을 역이용한다. 키커가 공을 놓을 때 두 팔을 크게 벌려 방어동작을 취하는 것도 심리전의 일환. ‘승부차기의 달인’으로 꼽히는 이운재(수원삼성)는 “키커는 기회가 한 번 뿐이지만, 골키퍼는 다섯 번이지 않느냐”는 말로 심리관계를 요약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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