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쉼표]취재당한 한국 기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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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팀의 공개 훈련을 보기 위해 1시간 전부터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기다렸다. 북한과 함께 G조에 속한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는 물론 영국, 미국, 중국, 이스라엘, 폴란드, 스웨덴, 아르헨티나 등 20여 개국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한국 취재진이 나타나자 경기장 주변의 현지인들을 취재하던 외국 기자들의 눈길이 쏟아졌다.

외국 기자들은 다가와 “북한에서 온 기자들이냐”고 물었다. 한국 기자라고 말하자 “도대체 북한 취재진들은 어디에 있냐”며 궁금해했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취재진 ID카드를 신청하긴 했지만 경기장이나 프레스센터 어디에도 북한 취재진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北공개훈련 보러온 외국기자들
북한 취재진 안 보이자
우리 취재진에 질문공세


북한 취재진이 아님을 알고 발길을 돌릴 줄 알았지만 곧이어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나마 북한 대표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을 것 같은 한국 취재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외국 기자들은 북한 대표팀의 모든 것이 궁금한 것 같았다.

AFP통신의 존 위버 기자는 “북한 대표팀이 왜 그렇게 폐쇄적이냐”고 질문했고, 스웨덴의 한 TV 리포터는 “한국 국민들이 북한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적대국인 북한을 응원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어떤 기자는 “한국과 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가”라고 물었다. 대부분 월드컵에 관한 질문들이었지만 어떤 기자는 최근 한국과 북한의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 질문을 쏟아냈다. 물론 정치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노 코멘트”였다.

이날 북한 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들은 오히려 외국 기자들에게 취재를 당했다. 이날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한 북한의 ‘인민 루니’ 정대세는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의 노력과 소망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느껴졌다.

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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