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최용석 기자의 남아공 24시] 황당한 그리스의 애원 “한국전 DVD 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6월 8일 07시 00분


“한국전 DVD 좀…” 황당한 그리스

한국 취재진에 벨라루스전 자료요청
전략가 레하겔 지나친 완벽주의탓?


그리스대표팀 오토 레하겔 감독은 세계적인 전략가 중 한명이다.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한 뒤 맞춤 전략을 들고 나온다. 이러한 스타일의 레하겔 감독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스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감독의 스타일 상 그리스는 다른 팀에 비해 상대국 분석과 자료 수집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스가 남아공에 입성해 첫 번째 훈련을 한 7일(이하 한국시간) 노스우드 고등학교 운동장. 그리스대표팀 관계자가 한국 취재진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관계자는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왔다. “혹시 당신들 중에 방송사 기자가 있는 가”라고 그는 물었다. 그는 한 방송사 기자를 데리고 조용한 장소로 간 뒤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렸던 한국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DVD를 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경기는 레하겔 감독이 직접 경기장까지 가서 보고 간 경기였다.

하지만 그리스대표팀은 이 경기 녹화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를 통해서 경기 비디오를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봤지만 실패했다.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애원했다.

당시 경기는 국내 한 방송사에서 독점 중계를 했다. 이날 훈련장에 그리스 관계자가 접촉한 기자는 그 방송사 소속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경기 DVD 전체를 구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았다. 그리스 관계자가 용기를 내어 한국 기자들까지 매수(?)하려 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벨라루스와 경기에서 선수들이 고지대에 적응이 덜된 탓에 컨디션 저하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월드컵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치른 4차례 평가전 가운데 내용과 결과 모두 가장 좋지 않았다.

벨라루스전보다 박지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출전한 4일 스페인전이 분석 자료로는 더욱 가치가 있었을 터.

그러나 레하겔 감독은 자신이 직접 봤던 벨라루스전까지도 다시 보며 한국에 대비한 맞춤 전술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략가 레하겔 감독이 한국전을 앞두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더반(남아공)|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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