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야구대표선수에게 “축구 잘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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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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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야구선수와 조원희(축구선수)<동아일보 자료사진>
정근우(야구선수와 조원희(축구선수)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근우(28·SK)와 조원희(27·수원), 김광현(22·SK)과 기성용(21·셀틱 FC), 조웅천(39·전 SK)과 설기현(31·포항).

프로야구 SK의 주전 2루수인 정근우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미드필더 조원희, 그리고 SK의 에이스인 김광현과 축구대표팀 주전 미드필더인 기성용.

SK에서 지난해 은퇴한 왕년의 명 투수 조웅천과 올해 국내 프로축구로 복귀한 '왼발의 달인' 설기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얼핏 봐서는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닮은꼴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부산에서 정근우가 겪은 해프닝이다.

내용인 즉 정근우가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부산에 사는 가족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데 한 팬이 그를 보고 아는 척을 하더라는 것. 그러자 곁에 있던 친구 아버지가 "올림픽 때 금메달도 딴 선수"라고 한 번 더 소개했다.

그런데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악수 한번 하자"며 다가 온 그 팬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축구 잘 되시죠?"

그 팬은 정근우를 당시 월드컵축구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어 있던 조원희로 착각을 한 것. 이 얘기를 들으면서 "아, 월드컵 대회가 다가오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근우가 누구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이 미국 일본 쿠바 대만 등 세계적인 강팀들을 연파하며 9전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때 고비 때마다 재치 있는 플레이로 활약을 했던 야구스타가 아니던가. 이런 그를 축구선수 조원희로 착각할 정도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했다.

김광현도 가끔 기성용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조웅천은 현역시절 꼬마들이 "설기현, 설기현"하면서 쫓아 다녔다고 한다.

이처럼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가 다가오면 해당 분야 대표선수에게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만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곧 열릴 예정이었다면 야구국가대표인 정근우를 축구선수 조원희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묘한 점은 월드컵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도 프로야구가 열리는 경기장은 연일 관중으로 넘쳐나고 있는 반면, 정규리그가 아닌 컵대회이긴 하지만 프로축구 경기장은 썰렁하다는 것.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5월 30일 누적 관중 1억 명 돌파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8시즌 2개월 만에 세운 기록이다. 반면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는 지난해까지 누적 관중이 4310만 6828명에 불과했다.

두 종목의 경기 수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비교를 했을 때 프로야구가 한 시즌에 평균 약 354만 명을 끌어 들인데 비해 프로축구는 160여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한국축구대표팀 서포터스를 자임하지만, 프로축구장은 잘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점이 아닐까.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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