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5]‘둔한 장대’ 그리스, 빠른 발로 흔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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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세트 플레이 ‘위력’
두골 모두 프리킥으로 만들어
허정무 감독 “속단은 금물”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희망을 봤다.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한국과 만날 그리스가 26일 북한과 2-2로 비겼다. ‘인민 루니’ 정대세 등 북한 선수들은 “한국이 충분히 깰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 0-0 무승부를 기록한 B조 세 번째 상대 나이지리아는 수비라인이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전력 분석을 통해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타진한다.》
■ 그리스, 북한과 2-2 무승부

“스피드와 순발력을 살려라.”

북한 축구대표팀의 ‘인민 루니’ 정대세(26·가와사키)는 26일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한국에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정대세는 이날 혼자서 두 골을 잡아내 2-2 무승부를 연출했다. 정대세의 충고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세 가지에 집중하면 6월 12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스피드로 수비를 혼란시켜라

정대세는 “해보니 유럽 선수들이 확실히 느리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0-1로 뒤진 전반 23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찔러준 홍영조의 프리킥을 받아 아크서클 쪽으로 긴 드리블을 시도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이 느린 것을 간파하고 볼을 몰다 의표를 찌르는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기습 슛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정대세는 1-2로 뒤진 후반 7분에도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스 수비는 이날 선발 출전한 방겔리스 모라스가 196cm,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가 193cm, 루카스 빈트라가 184cm로 장신이다. 키가 큰 만큼 움직임이 둔했다. 그리스 수비는 정대세와 홍영조, 문인국 등 빠른 공격수들에게 쉽게 뚫렸다.

정대세는 공중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스는 수비는 물론 중원에도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는 “공중전을 해보니 힘들다. 하지만 더 일찍 뛰고, 뛸 때도 상대를 견제하면서 뛰면 좀 낫다”며 그리스의 장신들이 ‘통곡의 벽’은 아님을 강조했다. 정대세는 공중 롱패스를 받는 장면에서 몸을 틀면서 받는 등 장신 숲에서 요령껏 플레이하며 그리스 문전을 수차례 노크했다.

○ 세트 피스를 조심해라

이날 경기를 해설한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그리스는 장신을 이용한 세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의 정교한 프리킥에 이은 수비수 키르기아코스의 헤딩 플레이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날 프리킥으로 두 골을 잡았다. 전반 2분 아크서클 왼쪽 외곽에서 카라구니스가 찬 프리킥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키르기아코스가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코스타스 카추라니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받아 넣었다. 후반 4분에는 아크서클 오른쪽 외곽에서 카라구니스가 찬 볼을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가 골 지역 정면에서 받아 넣었다. 한 위원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국 수비들이 상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지나친 방심은 금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속단은 금물이다. 이 한 경기로 그리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그리스 선수단은 모인 지 얼마 안 됐다. 오늘은 영 아니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그리스가 본선에서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그리스의 느슨한 경기 내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한국은 그리스의 약점을 잘 이용하고 강점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주전 빠진 나이지리아
조직력 - 수비진 ‘구멍’

사우디와 평가전서 0-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가 26일 오스트리아 바텐스의 알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월드컵 본선을 앞둔 만큼 물오른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나이지리아는 90분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다. 조직력도 헐거워 보였고 수비진의 안정감도 떨어졌다.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돌파와 날카로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나이지리아는 주전인 존 오비 미켈(첼시), 오니에카치 아팜(니스),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가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또 2월 부임한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이 소집 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최종 명단에 오른 23명 중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나이지리아는 후반 6명을 교체 투입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공격수로 나선 빅터 아니체베(에버턴)와 칼루 우체(알메리아)의 활발한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아니체베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고 우체도 상대 진영 깊숙이 배치되어 공격의 물꼬를 트는 등 경계 대상 선수로 떠올랐다.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나이지리아 언론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나이지리아 영자 신문 가디언은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영자 신문 뱅가드도 “공격과 미드필드 사이에 조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선발로 출전한 은왕쿼 카누(포츠머스)의 존재감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는 영국 루턴에서 3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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