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그리스, 북한과 비겼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6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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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의 경기력을 처음으로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상대에 대한 판단을 잠시 미뤘다.

허 감독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북한 친선경기를 박태하 코치와 함께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24일 일본과 치른 원정 평가전(2-0 승)을 승리로 이끈 허 감독은 이 경기를 관전하려고 25일 오전 선수단보다 먼저 일본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까지 비행기로 이동해 다시 1시간 30분 정도 차를 달려 킥오프 한 시간 전쯤 경기장에 도착했다.

허 감독은 그리스 경기를 직접 본 것이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한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이후 6년만이라고 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이후에는 스위스,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등 유럽 예선과 3월 세네갈과 평가전 등의 경기 비디오를 통해 그리스의 전력을 탐색했다.

허 감독은 경기 전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다. 북한과도 경기를 해봤고 북한 선수들이 우리랑 체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리스가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일은 도움이 될 것이다"며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그리스의 경기력은 허 감독의 기대를 따라주지 못했다. 허 감독이 "우리와 경기할 때도 이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리스가 남아공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보여줬던 제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스는 포백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북한 골잡이 정대세에게 두 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공격도 그리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 경기로 그리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그리스 선수단은 모인 지 얼마 안됐다. 오늘은 영 아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또 "스위스 및 우크라이나 등과 치른 유럽 예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높이를 활용한 제공권 장악이나 역습에서 파괴력 있는 모습 등은 초반 반짝하고 끝났다. 3월 세네갈과 평가전(그리스 0-2 패) 때도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보다는 나았다"면서 "하지만 선수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치른 경기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최상의 그리스'를 엿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허 감독이 결코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는 스리백으로 수비벽을 두텁게 친 뒤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술로 정평이 나 있는 팀이다.

하지만 이날은 스리백보다는 공격적인 전술 구사가 쉬운 포백 수비를 들고 나왔다. 이는 그리스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전술 운용을 실험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스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첫 승 제물로 한국을 꼽을 것이 뻔하다. 허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허 감독은 "그리스는 물론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모두 우리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 우리와 경기에서는 포백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는 유럽예선에서도 비교적 약체와 상대할 때는 스리백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지션을 비롯해 선수들의 몸이 좋아져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위안을 삼았다.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표팀에 합류하려고 인스브루크 노이스티프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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