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30]‘새로운 神話’ 위해… 기다려라 남아공, 붉은악마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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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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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서포터스 100여명 원정 응원단 꾸려 출격 준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월드컵까지 남은 한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남아공행 비행기 티켓을 사들고 밤잠을 설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표선수, 취재진, 축구협회 관계자가 아니다. 12번째 선수로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하는 붉은악마 남아공 원정대가 바로 그들이다.
국가대표 축구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100여 명의 정예 원정 응원단을 꾸렸다. 6월 9일 출국해 2주간 포트엘리자베스, 요하네스버그, 더반 등 대표팀의 여정을 뒤따르며 최초 ‘원정 16강’의 기운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이미 남아공 사전 현지답사와 16강에 오를 경우를 대비한 숙소 준비까지 마쳤다. 수적 열세에도 하나 된 응원으로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2006년 독일 월드컵 원정 응원을 재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출격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 최악의 원정 조건…첫째도 둘째도 ‘안전’

붉은악마의 남아공 원정 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진행한 월드컵 중 최악의 원정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안전이다. 선발대의 현지답사 결과 공식 일정에 따라 단체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자체 진단이지만 돌발 사고에 대한 걱정의 끈을 놓기 어렵다.

붉은악마 최승호 의장(26)은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100m 거리도 차가 없으면 걸어가기 꺼릴 정도로 치안이 안 좋다”며 “현지 경찰의 직접적인 신변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히 단체로만 움직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원정대는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리할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경기 장소인 더반의 치안 상태가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졌고, 나이지리아 이민자들의 대규모 응원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현지 대사관, 국가정보원 등과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경기장과 숙소 외의 개인 행동을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 응원 환경도 독일에 비해 열악


한국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붉은 물결로 물들이기 힘든 악조건이 많다. 원정대와 교민의 배정받은 좌석 위치가 멀어 응원 효과 극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 된 응원을 위한 메가폰, 꽹과리, 1m 이상 깃발의 경기장 반입이 제한되는 것도 악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붉은악마 원정대가 꺼내든 카드는 시각적 효과다. 교민과 타국 관광객들에게 나눠 줄 소형 태극기 1000장과 붉은색 응원복 2000장을 준비했다. 경기 시작 전 펼쳐질 대형 태극기, 응원 메시지를 담은 걸게 등 국제축구연맹(FIFA)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도구들은 개막 전 남아공 현지로 미리 보내질 예정이다.

남아공 국내 이동 수단 확보도 쉽지 않은 문제다. 남아공 현지의 대형버스 품귀 현상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유럽에서 공수해온 버스 2대를 섭외했지만 2주간 사용료가 1억 원에 이른다. 최 의장은 “남아공 내에 버스가 동이 난 상황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각국 취재진도 버스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1인당 원정 비용(650만 원)이 독일 월드컵 당시보다 1.5배 뛴 것도 이 때문이다.

○ 원정 16강, 우리도 뛴다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원정대의 각오는 비장하다. ‘원정 16강’의 현장에 있기 위해 2년 치 휴가를 모아서 투자하거나, 학업과 생업을 잠시 중단한 붉은 악마도 상당수다. 최 의장은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이 끝난 뒤 아무 말이 없이 밤을 새우고 아침에 귀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 바로 어제 같다”며 “오늘을 위해 귀국 직후부터 적금을 부었다”며 각오를 밝혔다. 4년 전 눈물을 씻고 남아공에서 ‘승리의 함성, 하나 된 한국’을 외칠 그날이 이제 딱 30일 남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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