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 사랑 스포츠’]“메시 걔는 다리가 세 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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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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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동아일보 자료사진
메시. 동아일보 자료사진
"걔는 다리가 셋이래."

한국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최근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여기서 '걔'는 한국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맞붙게 된 아르헨티나의 골잡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지칭한다.

아마도 주위에서 메시에 대해 칭송하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듣다보니 강한 성격의 허 감독이 '메시도 똑같은 사람인데 뭐 그렇게 난리냐'는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메시가 "나보다 몇 백배 훌륭하며 존경하는 영웅"이라고 추앙하는 대스타가 바로 디에고 마라도나 현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 감독. 이런 마라도나를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전담 마크하면서 '혼내 준' 허 감독이니 이런 말을 할 만도 하다.

사실 아르헨티나대표팀 공격진은 막강하다. 메시뿐 아니라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까지 현역 최고의 골잡이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이제까지 7번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이번에 만난 아르헨티나야말로 가장 강한 공격력을 지닌 팀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메시와 이과인은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각각 27골과 25골을 터뜨려 득점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다. 테베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2골로 4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허 감독의 말대로 이들이 '다리를 세 개나 달고 있는' 괴물은 아닌 터. 우리 수비수들이 이들에 대해 철저히 분석을 하고 준비를 한다면 발을 꽁꽁 묶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21일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바르셀로나-인터 밀란의 경기를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 경기에서 인터 밀란은 메시를 무득점으로 봉쇄하며 3-1로 승리했다. 전담 마크맨이 메시를 놓치면 바로 다른 선수가 메시에게 달려들어 차단을 하는 협력수비로 메시의 발을 묶었다.

물론 메시 외에도 이과인, 테베스가 있지만 월드컵에서는 메시와 이과인이 투톱을 이뤄 선발 출전할 것이고 테베스와 밀리토는 교체 멤버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 밀란 수비진이 메시를 봉쇄했듯이 우리 수비수들도 메시와 이과인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을 40여일 남겨둔 현 시점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허 감독의 말에서 선수들이 어떤 정신력을 갖고 대표팀에 합류해야 하는지가 나타난다.

자고로 자신감 넘치는 말에는 승리가 따라온다.

한국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 홍수환은 이런 말을 했다.

"내 승리의 비결은 단 하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다."

또 이런 스포츠 격언도 있다. "투지는 기술을 초월한다."

5월 10일 경 소집하는 한국축구대표팀 '태극전사들'이 한번 쯤 되새겨야 할 명언들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 동영상 = 허정무, “월드컵서 사고칠 준비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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