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준비 됐다지만 부상 재발하면…”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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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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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의 ‘하승진 딜레마’

KCC 허재 감독(사진)은 하승진(25·221cm)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4일 홈 코트인 전주에서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치른 허 감독은 하승진 관련 질문만 나오면 곤혹스러운 듯 머리를 흔들었다.

“경기 앞두고 오전에 절 찾아와선 ‘출전할 준비가 됐으니 내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참 난감하죠. 완치됐다곤 하지만 경기에 나설 몸은 아닌데…. 그 성격에 한번 코트에 나서면 물불 안 가리니 부상이 재발할 수도 있고요.”

챔피언결정전에선 처음으로 3차전 출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하승진은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경기 전 워밍업 때 코트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출전 의지를 불태웠건만 끝내 허 감독의 부름을 받진 못했다.

모비스에 2패를 당했던 KCC는 이날 베테랑 추승균(36)의 활약을 앞세워 첫 승을 올리며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하승진의 공백은 커 보인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은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일등공신. 허 감독으로선 하승진 투입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1월 23일 하승진이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하기 전만 해도 KCC의 전력은 우승 0순위로 꼽힐 만큼 막강했다. 삼성에서 정통 센터 테렌스 레더(29·200cm)까지 영입해 난공불락의 성 같았다. 다른 팀 감독들은 KCC가 남은 정규 시즌에서 전승을 거둘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 KCC를 철저히 맨투맨으로 공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명이 매치업 상대 한 명을 책임지는 이 방식은 외곽 슛 봉쇄에 효과적이다. 실제로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6.5개이던 KCC의 3점슛은 챔프전에선 평균 4개로 줄었다. 그런데 KCC가 하승진을 내보내면 모비스의 수비는 흔들릴 수 있다.

허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하승진 카드’를 쓸까. 내년 시즌을 생각한다면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데다 부상 재발 가능성도 있어 그의 기용은 모험이다.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바란다면 하승진을 기용하지 않는 것 역시 모험이다. 이래저래 허 감독의 ‘하승진 딜레마’는 깊어만 간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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