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 이성열, 우익수 유재웅, 포수 양의지. 지난달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경기. 두산의 선발 라인업에는 지난해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이름들이 올라와 있었다. 9명의 주전 선수 중 3명이나 물갈이된 것이다. 개막 후 세 경기 동안 이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성열은 지난달 27일 KIA와의 개막전에서 솔로 홈런을 쳤고 유재웅은 28일 3회 1사 만루에서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쳤다. 양의지는 프로 첫 선발 출장인 30일 넥센전에서 홈런 2개를 날리며 깜짝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몇 년 동안 주전 선수 한두 명을 발굴하지 못하는 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두산에서는 거의 매년 누군지도 몰랐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발돋움한다. 이 같은 두산의 ‘화수분 야구’의 뒤에는 김경문 감독 특유의 용병술이 있다.》 시즌 개막 전 한 두산 관계자는 “이성열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감독님에게 요즘 꽂혀 있는 선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다. 김 감독은 한 번 꽂힌 선수에게는 충분한 기회를 준다. 한두 경기 내보내고 잘 안 되면 거둬들이는 다른 팀 감독과는 다르다.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넉넉히 준다. 이를 잡는 선수는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도태된다.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이용찬 고창성 등은 기회를 잡아 주전 선수를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선 경우다. 김경문 감독 믿음과 채찍의 용병술 무명-신인도 열정-재능 보이면 전폭 지원 스타라도 팀워크 흔들 땐
가차없이 2군행
올해는 양의지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경찰청에서 복무했던 양의지는 2007년 세 경기에 나선 게 전부인 무명선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양의지를 교체 출장시킨 데 이어 30일에는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열심히 하고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 이대로라면 주전은 양의지의 몫”이라고 말했다. 최장신 투수(207cm) 장민익도 올해 김 감독에게 꽂힌 선수 중 한 사람이다. 스프링캠프 도중 장민익은 세이부 1군, 요미우리 1군 등 일본 프로야구 팀들과의 연습경기에 빠짐없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김 감독은 동시에 선수들이 무서워하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팀워크에 지장을 주거나 어설픈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조치가 내려진다. 주포인 김동주도, 중심타자였던 홍성흔(롯데)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안경현(SK)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번 찍히면 당분간 1군에서 뛸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선수단 사이에서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무명선수나 신인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 누구든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든 전력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게 두산의 팀 분위기다. 어제 프로야구 4경기 비로 취소
1일 잠실(LG-SK), 목동(넥센-두산), 대전(한화-롯데), 광주(KIA-삼성) 경기는 비로 모두 취소됐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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