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남겨두고 스퍼트… 10초차 1, 2위 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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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 상보

실베스터 테이멧과 길버트 키프루토 키르와는 40km 지점의 마지막 급수대를 나란히 가장 먼저 통과했다. 키르와는 물통 하나를 들고 마른 목과 지친 몸을 적셨다. 키르와보다 급수대에서 먼 쪽에 있었기에 물통을 집지 못한 테이멧은 키르와의 얼굴과 물통을 번갈아 쳐다봤다. 키르와는 테이멧에게 물통을 건넸다. 선두권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쟁한 케냐 선수 2명은 훈훈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결승점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까지 치열한 레이스가 이어졌다. 승부는 주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갈렸다. 테이멧은 트랙을 밟길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치고 나갔고 2시간6분49초의 대회최고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키르와는 테이멧보다 10초 늦은 2위(2시간6분59초)에 만족해야 했다.

오전 8시 출발 총성이 울린 광화문광장의 날씨는 맑았다. 출발은 남자 엘리트, 여자 엘리트, 마스터스 참가자 순으로 이뤄졌다. 황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파란 하늘이 드러나자 선수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기온은 섭씨 1.3도로 쌀쌀했고 초속 4.5m의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게 부담이었다. 강한 바람은 레이스 도중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선수들을 가로막았고 때론 선수들을 밀어주기도 했다.

초반 5km를 지나자 30여 명이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18km 지점에서 선두 그룹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한국 선수는 박영민(코오롱), 김민, 백승호(이상 건국대)가 포함됐다. 이들 3명을 제외하면 모두 케냐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건각들이 자리를 잡았다.

레이스가 계속될수록 구간별 기록이 지난해보다 빨라지며 기록 단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선두의 15km 통과 기록은 45분32초로 지난해보다 2초, 35km는 1시간45분28초로 40초 빨랐다.

한국 선수의 선전도 이어졌다. 김민은 풀코스 첫 도전자답지 않게 힘이 넘쳤다. 그는 30km까지 선두권을 유지했다. 31km를 넘어서며 김민은 조금씩 처졌고 선두는 케냐 군단 4명으로 압축됐다. 테이멧, 키르와, 데이비드 켐보이 키엥 그리고 2007년 이봉주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한 폴 키프로프 키루이. 이때부터 테이멧은 단연 돋보였다. 나머지 3명은 입을 벌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테이멧은 여유 있게 경쟁자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서서히 페이스를 올렸고 결승선을 300여 m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했을 때 최후의 경쟁자로 그에게 물통을 건넸던 키르와에겐 따라잡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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