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유감독 우승하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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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7시 00분


37년 우정 빛난 전창진-유재학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KT 전창진 감독. 하루 전, 득실공방률까지 따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정규리그 우승과 준우승으로 갈렸던 희비는 또 한번 엇갈렸다.

이번엔 정반대. 전 감독은 8일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80표 중 53표(66.3%%)를 얻어 사상 처음 개인 통산 네 번째 감독상 수상자가 됐고 유 감독은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시즌 MVP는 함지훈(모비스·72표·90%%·사진), 신인상은 박성진(전자랜드·73표·91.3%%)에게 돌아갔다.

○37년 우정이 빛난 두 사람

마흔일곱 동갑내기인 유 감독과 전 감독은 상명초∼용산중 동기동창. 37년의 우정을 간직하고 있다. 유 감독은 전 감독과의 첫 만남에 대해 “나보다 훨씬 키가 크고 덩치도 큰 거인 같았다”고, 전 감독은 “보스 기질이 있어 내가 항상 쫓아다녔다”고 옛 기억을 되살렸다.

경복고(유 감독)와 용산고(전 감독)로 진로가 달랐던 두 사람은 고 3 시즌이 끝난 뒤 함께 생활한 3개월 동안 “대놓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정말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정규리그서 우승하고도 감독상을 놓친 유 감독은 “서운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친구가 타서 괜찮다”고 밝혔고, 전 감독은 “내 상이 아닌 것 같아 영 불편하다”고 반복했다.

전 감독은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유 감독과 포토타임이 끝난 뒤 그의 등을 두드리며 “우승하소, 우승”이라고 덕담을 건넸고,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다른 팀 감독들에게도 “올해 모비스 밀어줍시다. 그리고 술 많이 사라고 하면 되지”라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10순위의 반란과 1순위의 수성

07∼08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던 함지훈. 그는 결국 최고 선수 자리에까지 오른 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시즌 막판에 체력도 떨어지고 부상도 당해 나 때문에 팀이 전체적으로 확 다운된 적이 있었다. 그 때 동료들이 눈물겹도록 도와준 기억이 난다”며 MVP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는 그는 “지금도 상무 테스트를 받고 오느라고 정장을 입고오지 못했다”면서 “(양)동근이 형처럼 MVP도 타고, 팀도 우승한 뒤 군에 가겠다”며 통합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 신인 1순위로 전자랜드에 입단한 ‘슈퍼 루키’ 박성진은 당초 혼전을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몰표를 받아 신인상을 차지했다. “큰 상을 받아 기분이 좋지만 팀 성적이 먼저이다 보니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신인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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