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연아를 위한 金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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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 기쁨 잊고 실전같은 프리 연습

오서 코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한 상태”

김연아(20·고려대)는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고도 담담했다. 역시 세계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 시즌 그랑프리 1, 5차 대회 때 기뻐하던 표정과는 대조적이었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올림픽 금메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실전 같았던 공식훈련 풍경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사이 하루 휴식일인 25일 김연아는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공식훈련을 했다. 훈련을 보려고 경기장에 관중 7000여 명이 몰렸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팽팽한 연기 대결로 팬들의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관중의 시선은 쇼트프로그램에서 1, 2위를 차지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20·일본)에게 쏠렸다.

새벽녘에서야 눈을 붙였다는 김연아는 마지막 그룹 6명의 선수 중 가장 먼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실전 연기를 펼쳤다. 웅성거리던 관중석이 금방 조용해졌다. 김연아는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듯 5개의 점프를 생략했고 스핀과 스파이럴, 스텝 연기에 집중했다.

이어 아사다가 등장했다. 아사다도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점프를 뛰지 않은 채 연기 동선만 점검한 채 연습을 마쳤다.

배경음악에 맞춘 연기를 마치고 두 선수가 본격적인 점프 연습을 시작했다.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두 차례 넘어지자 관중석에선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후엔 몸이 풀린 듯 10여 차례 점프를 연속으로 모두 성공시켰다. 아사다는 장기로 내세운 트리플 악셀 점프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여덟 차례 시도해 다섯 번 성공했다.

○ 라이벌 관계 끝낼 좋은 기회

김연아는 첫날 믹스트존 스탠딩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다른 인터뷰는 거절하고 있다. 그 대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공식훈련이 끝나면 매번 인터뷰를 자청해 취재진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날 10여 명의 기자에 둘러싸인 오서 코치는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를 세운 기쁨을 잠시 잊기로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원하는 것은 오직 깨끗이 연기를 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다와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다시 한 번 연이어 출전하게 된 데 대해선 “심판들이 두 선수의 기량을 제대로 비교할 기회”라며 웃어 넘겼다.

오서 코치는 아사다에 대해선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준다”고 했고 김연아에 대해선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으며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스케이팅을 보여준다. 건물의 마지막 층까지 도달한 상태와 같다”고 칭찬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프리 승부처는 4분 대결… 초반 3번 점프에 달렸다

김연아(20·고려대)가 겨울올림픽의 꽃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오를지는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리는 4분 안팎의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결정된다.

아이스댄싱을 제외한 피겨의 모든 종목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이 두 프로그램 연기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낸다.

여자 싱글의 쇼트프로그램은 2분50초(±10초), 프리스케이팅은 4분(±10초)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 프리스케이팅은 예전에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연기하면 됐으나 연기가 예술적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프로그램 내 꼭 해야 할 요소를 자꾸 추가하면서 지금은 시간이 길어진 쇼트프로그램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리스케이팅은 최대 7번의 점프와 최소 3번의 스핀, 최소 1번의 스텝, 최소 1번의 스파이럴 등 12개의 요소를 순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피겨퀸 “준비는 끝났다”… 오늘 오후 1시21분 출전국적, 나이, 성별 모두 상관없었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의 눈은 모두 ‘피겨 여왕’과 함께 움직였다. 피겨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김연아(아래)가 공식훈련을 한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는 7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피겨퀸 “준비는 끝났다”… 오늘 오후 1시21분 출전
국적, 나이, 성별 모두 상관없었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의 눈은 모두 ‘피겨 여왕’과 함께 움직였다. 피겨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김연아(아래)가 공식훈련을 한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는 7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금메달 경쟁자인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20) 모두 프리스케이팅에서 7번의 점프를 뛴다. 이날 승부는 점수 비중이 가장 높은 점프, 그 중에서도 연기를 시작한 뒤 뛰는 3번의 점프에서 결국 갈릴 것이다. 체력 안배를 위해 가장 난도가 높은 점프를 맨 앞에 배치하기 때문.

김연아는 주특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연속 3회전)에 이어 트리플 플립(3회전),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2회전 반 점프에 이어 다시 연속 2회전 점프)를 잇달아 뛴다. 이 세 점프의 기본점수 합계는 21.8점이다.

김연아 바로 뒤 순서인 아사다 역시 고난도의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을 시작으로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3회전 반+2회전), 트리플 플립을 잇달아 시도한다. 기본 점수 합산은 23.2점으로 김연아보다 높지만 김연아의 명품 점프에 붙는 높은 가산점(수행점수)을 감안하면 두 선수 모두 깨끗하게 성공했을 때의 점수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세 점프의 성공 여부는 나머지 연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 아사다에게 4.72점 앞서 있어 이 부분만 잘 마치면 이후엔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다.

연기 시작 2분이 지난 이후 뛴 점프엔 10%의 가산점이 붙는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도하다 실수할 위험도 있다. 김연아 아사다 모두 2분 이후 4개의 점프를 뛴다.

역대 성적을 볼 때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선 좀 더 강했다. 아사다는 130점 이상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7차례 기록했고 김연아는 4차례였다. 하지만 ISU가 인정하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33.95점)은 김연아가 갖고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쇼트프로그램 퍼팩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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