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이승훈에 “오!” 점심시간 김연아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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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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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빙상 마라톤’ 10000m서 기적의 金 ▼

기적 같은 2부작 드라마였다. 이승훈(22·한국체대)이 2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우승하며 한국에 5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아시아 선수로는 장거리 종목 첫 우승이다. 드라마 1부는 전날까지 이 종목에서 두 번밖에 출전 경험이 없던 그가 12분58초55의 올림픽기록을 세웠다는 것. 2부는 세계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의 어이없는 실수였다.

○ 한 바퀴 더 앞서며 올림픽 신기록

이승훈은 일찍 출발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세계 랭킹 9위인 그는 8개 조 가운데 5조 인코스에 배정됐다. 그보다 랭킹이 앞선 선수들은 모두 나중 차례였다.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4일 5000m에서 은메달을 따기 전까지만 해도 이 종목의 메달 후보조차 아니었던 그는 아르옌 판 더 키프트(네덜란드)와 함께 출발선에 섰다.

“함께 타는 선수가 신인이라 정보가 없었어요. 그냥 제 페이스대로 달렸습니다.”

1만 m는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하는 ‘빙상의 마라톤’. 이승훈은 첫 바퀴부터 구간 1위로 나서며 빙판을 장악했다.

이날 올림픽오벌에는 오렌지색이 물결쳤다.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 관중이 자국 선수의 우승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메웠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키프트를 한 바퀴 이상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에 네덜란드 관중도 환호성을 올렸다.

○ 경쟁자들이 인정한 ‘젊은 영웅’

크라머르는 마지막 8조에서 뛴 게 부담이 됐다. 세계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5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 그였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이승훈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크라머르는 5000m 경기를 마친 뒤 “마지막 세 바퀴를 도는 동안 이를 악물었다. 이승훈의 막판 스퍼트가 나를 미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크라머르는 레이스 후반에 이를 악물 필요가 없었다. 16바퀴(6400m)를 돌았을 때 그는 이승훈을 2.9초 앞서며 인코스로 들어왔다. 17바퀴를 마쳤을 때도 그는 인코스를 달렸다.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연달아 같은 코스에서 뛰었다. 크라머르는 이승훈보다 4.05초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의미 없는 기록이었다.

순위가 확정된 뒤 열린 플라워 세리머니. 이승훈 옆에 있던 2위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3위 보프 더용(네덜란드)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승훈을 번쩍 들어올렸다. 깜짝 놀란 이승훈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이승훈의 금메달에 이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가마 세리머니’였다. 크라머르와 마지막 조에서 뛴 스코브레프는 “크라머르가 팬들과 스폰서들로부터 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그것이 실수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승훈은 “올림픽 기록도, 크라머르의 실격도 기적 같은 일이다.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기적은 준비된 자의 것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최고기록을 45일 만에 21초49나 앞당겼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김연아, 쇼트 78.5점 세계新… 금메달 보인다 ▼

기적도 이변도 없었다. 모든 것이 예상한 대로 진행됐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24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상 최고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 44.70점에 프로그램 구성 점수 33.80점을 합쳐 총 78.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아사다 마오(20·일본)는 자신의 시즌 최고점인 73.78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71.68점을 올린 조아니 로셰트(24·캐나다)가 차지했다. 이날 김연아가 세운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자신이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에서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인 76.28점보다 2.22점이나 높은 점수다.

바로 앞서 경기를 마친 아사다가 좋은 점수를 획득했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담담했다. 김연아가 호명되자 1만5000여 관중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해낸 김연아는 이어 모든 구성 요소를 침착하게 성공해 나갔다. 총 쏘는 포즈로 연기를 마무리하자 관중은 기립박수로 ‘피겨 여왕’의 올림픽 데뷔 무대를 축하했다.

김연아와 함께 올림픽 무대에 처음 선 곽민정(16·군포 수리고)은 53.16점으로 16위를 기록하며 30명 가운데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냈다. 안도 미키(23·일본)는 64.76점을 얻어 4위로 밀렸다.

메달 색깔이 확정되는 프리스케이팅은 26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김연아는 24명 중 21번째(4조 3번째·오후 1시 21분)로 출전한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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