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쓰러져도…‘포기’를 몰랐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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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7시 00분


가족들이 말하는 이승훈

밴쿠버의 기적을 일군 이승훈은 앞니가 부러지고 이마, 허벅지가 찢어져도 가족들을 위해 스케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24일 이승훈의 누나 이연재 씨, 아버지 이수용 씨, 어머니 윤기수 씨(왼쪽부터)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 yohan@donga.com
밴쿠버의 기적을 일군 이승훈은 앞니가 부러지고 이마, 허벅지가 찢어져도 가족들을 위해 스케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24일 이승훈의 누나 이연재 씨, 아버지 이수용 씨, 어머니 윤기수 씨(왼쪽부터)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 yohan@donga.com
계획 반드시 이루는 집념의 소유자
최고의 스케이터 꿈 위해 참고 견뎌
메달 연금 모아서 땅투자 할거래요


어린 시절 이승훈(22·한국체대)은 개구쟁이였다. 하지만 스케이트화를 신고 링크에 들어서면 올림픽 메달을 가슴 속에 품은 스케이터로 변신했다. 어렸을 때부터 계획한 건 반드시 이뤄야 직성이 풀렸다는 집념의 소유자. 이승훈은 결국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효도다. ‘땅테크’로 돈을 벌어 가족들을 편하게 살게 하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앞니 부러지는 부상에도 “포기 안 해”


어머니 윤기수(48) 씨는 “승훈이 오른쪽 눈 쪽을 자세히 보면 눈썹이 없는데 스케이트날에 찍혀 7바늘을 꿰맨 자국”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허벅지가 찢어지기도 했고 초보자 실수로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승훈은 단 한 번도 ‘포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누나 이연재(24) 씨는 “최고의 스케이터가 되는 게 승훈이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아깝게 떨어졌을 때도 그는 포기 대신 또 다른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승훈은 당시 어머니에게 “내년 4월까지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다. 10월에 스피드스케이팅 선발전이 있으니 종목을 바꿔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재테크로 미래 설계 “땅부자 될래”

이승훈은 이처럼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장에도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계획이 적혀있다. 그는 30세까지 인생설계도 마친 상태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다름 아닌 땅테크.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딴 후 나오는 수당과 연금을 모아 25세에 차를 구입한다. 26∼27세에는 땅을 산 후 29세부터 그 땅을 이용해 땅부자가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있다. 즐겨 읽은 책마저도 부동산투자법일 정도로 꼼꼼하게 미래를 준비 중이다.

○IMF로 기울어진 집안 “스케이트 고집”

이승훈이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기 위해서다. 어머니 윤 씨는 “승훈이가 3∼4학년 때 IMF로 집안사정이 어려워져서 스케이트를 그만두게 하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끝까지 운동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경제적 여유는 없었지만 아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수용(52) 씨도 이승훈을 위해 중고차를 구입해 훈련장→학교, 학교→훈련장, 훈련장→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승훈은 올림픽 금메달로 주름진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을 안겼고 앞으로 더 큰 기쁨을 안기겠다는 또 다른 목표도 세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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