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우즈, 실망만 남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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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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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스캔들 3개월에 첫 입장표명
복귀시점 언급 없고 자신감도 상실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섹스스캔들이 터진 이후 3개월 여 만에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우즈는 20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 비치 TPC소그래스 클럽하우스에서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우즈는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 비난받을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저지른 일은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상당한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13분여의 시간 동안 준비된 성명서를 낭독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날 우즈의 모습에선 더 이상 ‘골프황제’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들게 했다. 표정은 어두웠고, 성명서를 읽는 동안엔 안쓰럽게 보였다. 우즈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1996년 8월, 혜성처럼 등장한 우즈는 14년 동안 필드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폭발력과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로 필드를 주름잡았다. 필드 안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다.

그러나 이날의 모습에선 그 어디에서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영원히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감을 잃은 우즈가 예전처럼 다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신감은 우즈의 가장 큰 무기였다.

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골프팬은 “이날 우즈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예전과 같은 골프황제의 모습을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우즈가 그토록 비참하고 참혹하게 변할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골프팬도 “차라리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필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더라면 더 우즈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즈는 이날 발표를 통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다. 팬들이 바라는 건 가정의 평화가 아닌 필드 복귀다. 우즈는 팬들의 이런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고만 했다. 아내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이혼 위기를 모면했지만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3개월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우즈는 오히려 실망감만 안겨준 채 다시 모습을 감췄다. 과연 우즈가 다시 골프황제로 돌아올 수 있을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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