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긍심… 고조부님 유물 지니고 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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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싱글 11위 한 ‘구한말 의병장 민긍호 선생 고손자’ 데니스 텐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19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남자 싱글에는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 속에는 분명 한국인의 이름이 들렸다.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 그의 고조부는 한국의 유명한 장군인 민긍호입니다.”

데니스 텐(16·사진)은 구한말 의병장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고손자다. 그의 할머니가 민 선생의 외손녀이다. 2008년과 올해 한국에서 열린 피겨 대회에 참가한 그는 자신의 안내 멘트에 고조부의 이야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날 텐은 135.01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76.24점)를 합쳐 211.25점으로 24명 중 11위를 차지했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그는 트리플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실수를 하며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그는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시즌 중 두 번이나 프로그램을 바꾸고 의상도 교체했다. 특히 부상 때문에 쿼드러플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항상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달 고조부의 고향인 경주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고조부님의 유물이라며 장신구를 주셨다. 이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한국을 찾겠다는 그는 김연아(20·고려대)에 대해 묻자 눈동자를 밝혔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 항상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응원하고 싶었다는 그는 “아쉽게도 20일 귀국한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대신 김연아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세요”라며 웃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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