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형 그림자 벗어나나… KT 조동현의 선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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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동현(34)에게 5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 조상현(LG)의 벽은 늘 높기만 했다. 함께 농구를 시작한 서대전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형의 그늘에 가려 있을 때가 많았다.

조동현은 선천성 천식에 시달리며 잔병을 자주 앓은 반면 조상현은 꼬마장사 소리를 들었다. 중고교 때도 같은 학교를 다닌 이들 형제 중 스포트라이트는 형에게만 집중됐다. 형은 주전으로 이름을 날린 반면 동생은 후보 신세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조상현은 일찌감치 연세대에 스카우트됐지만 조동현은 처음에 외면을 받아 다른 대학에 갈 뻔한 우여곡절 끝에 형과 계속 한 배를 타게 됐다. 1999년 프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조상현은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고 조동현은 8순위였다. 이들의 어머니 신영숙 씨는 “동현이가 형한테 항상 치인다”며 걱정이 많았다.

프로에서도 이들의 이런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K 유니폼을 입은 신인 때 우승반지를 낀 조상현은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조동현은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에 2005년을 끝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도 없다. 게다가 최근 2시즌 연속 팀은 8위와 최하위에 그치고 자신은 부상에 허덕이는 불운에 시달렸다.

그랬던 조동현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올 시즌 뒤늦게 환한 햇살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31경기를 빠졌던 그가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전하며 과감한 공격과 끈질긴 수비로 KT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로 94kg이던 체중을 83kg까지 줄이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팀 내에서 신기성(35)에 이어 두 번째 고참이지만 투지는 20대 후배들을 압도한다. KT는 2위에 올라 정규시즌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상현이 뛰고 있는 LG는 5위여서 이들 형제의 전세가 처음으로 역전이라도 된 듯하다.

조동현은 “형보다 아빠는 내가 빨리 됐다. 형은 늘 자극과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조상현의 동생으로 불리던 조동현. 이제야 쌍둥이 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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