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임대선수’ 조원희가 주장을 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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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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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가 1월 중순 복귀한 수원 삼성 조원희(27·사진)는 ‘임대 주장’이란 별명을 얻었다. 위건 소속으로 1년간 임대된 상태에서 주장 완장까지 찼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임대 선수에게 주장을 주지 않는 관례를 깨고 파격적으로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유가 있었다. 조원희를 다시 데려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원은 2008년 K리그에서 우승한 뒤 조원희를 비롯해 주요 선수가 많이 빠져나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FA컵은 우승했지만 K리그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 순위(10위)로 처졌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인 조원희의 공백이 컸다.

차 감독은 최근 조원희가 경기에 자주 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위건 감독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 팀에 조원희가 필요하다. 벤치에 앉히려면 우리에게 보내 달라. 우리가 1년간 잘 키워서 다시 보내주겠다”는 게 요지. 하지만 “6개월은 가능하다”는 반응이 오자 지난해 말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마르티네스 감독을 설득해 1년 무상 임차해왔다. 그리고 신뢰의 뜻으로 주장을 맡긴 것이다.

빅리그에서 벤치 설움을 당하며 눈물을 삼키던 조원희도 180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묵묵히 자기 일만 하던 그가 선배와 후배 사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했다. 중국에서 온 리웨이펑 등 말이 통하지 않는 용병도 잘 챙겼다. 훈련 때도 파이팅이 넘쳤다. 선수들에게 “힘내자”고 외치며 다독거렸다. 차 감독은 “원희가 정말 훌륭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조원희는 “감독님은 물론이고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하며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름값만 믿고 우쭐하기보다는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되자고 강조한다. 절 믿어준 감독님을 위해 K리그 우승컵을 되찾아 오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수원에 우승컵을 안기고 보란 듯이 다시 빅리그로 복귀해 그라운드를 누비겠다는 뚝심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났다.

구마모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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