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밤새 주영·청용 덕에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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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일 07시 00분


이청용 골막은 리버풀 수비수 인상적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 체력 되새겨야
모든 포지션 선진축구에 자극 받아라 유럽파 경기 항상 챙겨…“기분 좋다”

허정무. 스포츠동아 DB
허정무. 스포츠동아 DB
“선진축구를 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다. 공격수 뿐 아니라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다 마찬가지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이 태극전사들에게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AS모나코 박주영(25)은 31일(한국시간) 니스와의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쳤다. 볼턴 이청용(22)과 셀틱 기성용(21)도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최근 유럽파들이 맹활약하면서 자연스레 스페인-남아공 해외 전지훈련에 이어 30일부터 목포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국내파 선수들과 비교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파 골잡이들은 해외전훈 평가전에서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수들만 자극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허 감독은 31일 목포 축구센터에서 소집 둘째 날 훈련을 마친 뒤 이청용의 드리블 장면을 꼭 집어 예로 들었다. 이청용은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가로채 리버풀 선수들을 차례로 따돌린 뒤 골키퍼마저 제치고 텅 빈 골문을 향해 왼발 슛을 날렸지만 끝까지 골대를 지키기 위해 달려든 상대 수비수 키르키아코스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허 감독은 “아웃사이더로 찍어 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만일 리버풀 수비수가 포기하지 않고 멈췄다면 충분히 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과 체력에 대해 우리 수비수들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선진축구를 많이 보면 습득하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날 1시간 50분 가까이 진행된 훈련에서도 허 감독의 이런 의중이 엿보였다. 선수들은 간략한 체력테스트와 패스 게임에 이어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 두 집단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전술훈련을 가졌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페널티 지역에서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문전 앞에서 마무리 능력을 점검받았고 수비수들은 세트피스 시 수비에 대한 부분을 집중 연마했다. 허 감독은 양 쪽 진영을 부지런히 오가며 개개인의 위치를 세심하게 지정해주고 맘에 안 든다싶으면 직접 불러 그 자리에서 지적하는 등 ‘축구의 정석’을 선수들의 몸에 체득시키기 위해 애썼다.

허 감독은 “(이)청용이 경기를 본 뒤 얼마 후에 (박)주영이 것도 보느라 새벽 5시 넘어 잠이 들었다. 아직도 비몽사몽인데 그래도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 기분은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연일 고된 합숙에 몸은 피곤하겠지만 선수들 역시 앞으로는 TV를 통해 선진축구를 꼼꼼히 챙겨봐야 할 듯 하다.

목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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