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발상의 전환, 수영장을 빙상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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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여 개 아이스링크를 모두 알아봤지만 헛일이었다. 전용 시설인 의성컬링장이 최적이었지만 경북컬링협회에서 대관에 난색을 표했다. 처음에는 장애인 대회라 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일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대회는 코앞인데 경기할 곳이 없었다.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26일 개막했다. 사상 처음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휠체어컬링은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천 훈련원은 장애인 체육의 메카. 하지만 겨울 종목 시설은 아직 없다. 이번에 휠체어컬링이 열리는 곳은 국제 공인 수영장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개막 보름 전까지 휠체어컬링 경기장을 구하지 못했다. 담당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돈 줘도 못 빌려준다”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고민 끝에 ‘발상의 전환’을 했다. 수영장을 얼음판으로 만드는 방법을 떠올렸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빌렸다면 2000만 원 정도 들지만 만드는 데는 최소 1억20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전지훈련 비용 등 이런저런 예산을 끌어 모아 마련한 돈이 약 5000만 원. 다행히 아이스링크 설치 전문 기업인 월드레저에서 남은 금액을 후원해 주기로 하면서 해결이 됐다. 수영장 바닥이 수평이 아니라 기초 공사에 품이 더 들었지만 아이스 메이커(빙상장 설계 및 관리 전문인력)들이 열흘 넘게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수영장을 근사한 얼음판으로 탈바꿈시켰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서럽기도 했지만 만들고 보니 대표팀 훈련 장소로도 최적이다. 3월 수영장으로 복원하기 전까지 일반 컬링 팀에도 대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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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통합뉴스센터 배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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