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눈폭탄 희비] SK 로또휴가…‘야신’ 홀로 지하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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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5일 07시 00분


KIA신인선수 고속도로 눈길 사고…휴∼ 다친사람 없이 입단식만 늦춰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4일, 아침부터 대한민국은 설국(雪國)이었다. 관측 이래 최대로 집계된 적설량 탓에 도로와 항공 등 물류가 막히면서 한반도는 혈류장애에 빠졌다. 전국에 퍼져 있고, 세계로 뻗어있는 스포츠도 폭설 탓에 일시적 ‘재난’을 빚었다. 예기치 못한 ‘이변’이 잇달았다. 세상일이 그렇듯 폭설여파로 피해자와 수혜자가 엇갈렸다.

○SK 선수단과 김성근 감독의 명암?

SK 선수단에는 하늘에서 눈이 아닌 휴식이 떨어진 셈이었다. 원래 4일 경기도 이천 SK 연수원을 방문해 스포테인먼트 교육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폭설로 사고를 염려해 취소됐다. 선수들은 문학에 집합해 훈련하지 않고, 전원귀가가 허락됐다. 이유는 김성근 감독이 연수가 진행될 줄 알고 서울에서 약속을 잡아놨기 때문이다.

SK 선수들이 로또당첨 같은 휴가를 만끽하는 사이, 김 감독은 지하철 속에 갇혀(?) 있었다. 강남에 약속이 있어 일찍 집을 나왔다. 눈 때문에 자가용 기사를 부르지 않고 전철 이동을 정했는데 그마저 연착됐다. 서울역까지 와서 환승하려 하다가 40분 넘게 전철이 지연되자 다른 호선을 타고 김포까지 가서 우회하려 했지만 알고 보니 전 노선이 거북이였다. 반나절을 전철 안에서 보낸 김 감독이지만 멈추지 않는 눈 탓에 돌아가는 길도 고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아무리 많이 눈이 와도 5일부터는 다시 훈련 시작”이라고 했다.

○아찔했던 KIA

KIA는 4일 오전 11시30분, 광주 구단 사무실에서 신인선수 8명의 입단식을 계획했다. 김조호 단장이 선수 부모와 가족까지 초청한 자리였다. 입단식 30분 전까지 집이 서울인 임한용과 홍재호의 연락이 두절됐다.

폭설을 접한 구단 사람들이 마음을 졸일 때, 정말로 철렁한 급보가 들어왔다. 이들이 탑승한 고속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냈다는 것. 다행스럽게 경미한 사고였지만 이 탓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져 정시도착은 불가능해졌다. KIA는 오후 3시30분으로 입단식을 늦춰 무사히 치렀다.



○홍성흔, 훈련하고 싶어도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일시적으로 닫히면서 발을 동동 구른 사람들이 있다. 롯데를 비롯한 지방구단 소속이나 수도권에 체류했던 선수들이다. 롯데 홍성흔과 최기문 등은 5일 소집에 맞춰 사직에 내려가려했으나 9년만의 김포공항 폐쇄에 예정이 꼬였다.



○미셸 콴, 가르치고 싶어도

세계피겨선수권을 5차례나 우승했던 미셸 콴은 4일 피겨 강습회를 계획했지만 기습 폭설로 불발됐다. 미국 국무부 홍보대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콴은 4일 광화문 광장 아이스링크에서 지적발달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스페셜올림픽 피겨대표 12명을 위해 스케이팅 기본기를 가르치려했으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콴은 인터뷰만으로 일정을 대체했다.

또 프로농구 2군선수들의 무대인 윈터리그 역시 폭설에 발목 잡혔다. KBL은 ‘부득이한 사유, 불가항력적 천재지변 등이 생기면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항목을 정해뒀는데 이 특수조항이 효력을 발휘했다. 2001년 2월15일 SBS-LG전(안양)이 폭설로 연기된 이래 처음이다.

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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