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오버’를 보면 팀 순위가 보인다

  • 동아일보

가로채기-속공 1위 삼성, 턴 오버에 발목잡혀 중위권
“한 경기 실책 13개 넘으면 이길 확률 50% 아래로 뚝”

“새해 소망이자 목표는 턴 오버를 줄이는 것입니다.”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 감독의 얘기다. 턴 오버를 얼마나 많이 했기에 턴 오버를 줄이는 게 새해 목표가 돼 버렸을까. 삼성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삼성은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전체 일정의 반을 지나 4라운드로 접어든 4일 현재 5할 승률에 간신히 턱걸이하며 6위에 처져 있다.

야투 성공률(3위)을 포함해 가로채기(1위), 속공(1위), 어시스트(2위) 등은 잘되고 있다. 문제는 턴 오버다. 경기당 14.1개의 턴 오버를 저질러 10개 팀 중 세 번째로 많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삼성이 중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건 턴 오버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 리바운드 등을 포함한 각 부문 기록 중 팀 순위를 가장 잘 반영하는 건 턴 오버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모비스는 평균 10.7개의 턴 오버로 10개 팀 중 가장 적다. 모비스는 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13개의 턴 오버를 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들어 턴 오버를 2개로 줄이면서 역전승했다. 2위 KT가 11.4개, 3위 KCC가 11.7개로 턴 오버가 적은 세 팀이 나란히 1, 2, 3위에 올라 있다. 턴 오버를 보면 팀 순위가 보이는 셈이다.

3할대 이하의 승률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들은 턴 오버가 13개를 넘어간다. 7위 KT&G는 경기당 평균 14.4개, 9위 오리온스는 13.6개, 최하위 SK는 14.2개의 턴 오버를 저질렀다. 한 경기에서 턴 오버가 13개를 넘어가면 이길 확률이 50% 아래로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승률 0.625로 4위인 동부가 경기당 평균 12개, 승률 0.531로 5위인 LG가 12.7개의 턴 오버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턴 오버 13개는 사실상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르는 기준이나 마찬가지다.

턴 오버 기록만 봐서는 순위를 가늠하기 힘든 유일한 팀이 전자랜드다. 전자랜드는 0.303의 승률로 8위지만 턴 오버는 경기당 11.9개로 네 번째로 적다. 하지만 전자랜드가 턴 오버가 적은 데는 이유가 있다. 추일승 MBC-ESPN 해설위원은 “턴 오버는 속공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나오는데 전자랜드는 스피드가 떨어져 속공이 잘 안되는 팀”이라며 “속공이 드물다 보니 턴 오버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랜드는 경기당 속공이 2.2개로 10개 팀 중 가장 적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턴 오버(Turn Over):
공격 팀이 슛을 하지 못한 채 상대 팀에 공격권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가로채기를 당하거나 패스 실수, 공격자의 파울, 트래블링을 포함한 규칙 위반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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