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한 타격왕’ LG 박용택 “오기 발동… 뭔가 보여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홍성흔과 정면승부 기피로 작년 여론 뭇매… 마음고생
연봉 오르고 주장도 맡아
올해는 새로운 도전의 해


“만약 제게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이 온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똑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면 100% 확신을 갖고 말해줄 수 있어요.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순리대로 풀어가라’고요.”

올해 LG 주장의 중책을 맡게 된 박용택은 요즘 ‘오기충천’이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진정한 타격왕이 되겠다는 게 그의 새해 희망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LG 주장의 중책을 맡게 된 박용택은 요즘 ‘오기충천’이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진정한 타격왕이 되겠다는 게 그의 새해 희망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박용택(31·LG)은 천국을 맛봤다. 평생 3할 타율 한 번 기록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부지기수인 프로야구에서 0.372의 고타율로 첫 타격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큰 좌절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타격왕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합하던 롯데 홍성흔과 정면 승부를 피했다는 이유로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LG와 롯데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 9월 25일. 타격 선두를 달리던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출장하지 않았다. 반면 LG 투수들은 홍성흔을 4타석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영광스러워야 할 타격왕 자리가 팬들의 비난으로 얼룩졌다.

○“정답은 올해 확실히 보여주는 것뿐”

박용택은 한동안 ‘지옥’에서 살았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들었고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됐다. 자신뿐 아니라 아내와 부모님까지 고통을 겪는 게 더욱 힘들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오랜 고민 끝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무엇인가가 용솟음쳤다. 오기였다. 그는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올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때 박용택이 정면 승부를 해 타격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면 어땠을까. 2위를 깨끗이 인정했다는 이유로 홍성흔이 받았던 제3회 한국페어플레이상은 박용택의 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대부분의 선수는 박용택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그는 “생각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나태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됐다”고 했다.

○2010년 새로운 도전

박용택은 지난해 ‘환영받지 못한’ 타격왕이었다. 지난해 9월 25일 롯데와의 잠실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박용택이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용택은 지난해 ‘환영받지 못한’ 타격왕이었다. 지난해 9월 25일 롯데와의 잠실 경기에 출장하지 않은 박용택이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용택은 지난해 말 주장으로 선출됐다. 연봉도 지난해보다 1억6000만 원 오른 3억1000만 원에 사인했다.

안팎으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좌익수로 이대형(중견수) 이진영(우익수)과 함께 외야를 지켰지만 올해는 국가대표급 외야수 2명이 팀에 합류한다.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돼 온 이택근과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돌아오는 이병규다. 상대적으로 어깨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이기에 외야를 빼앗길 여지도 없지 않다.

박용택은 “좋은 선수가 많다는 것은 반갑지만 절대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펼쳐 보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택은 요즘 수비 강화를 위해 어깨 보강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내년에는 도루 등 주루에도 더욱 신경을 써 공격, 수비, 주루를 겸비한 타자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박용택은 “지난해까지는 과연 우리 팀이 4강 전력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전력은 어느 때보다 훌륭하다. 주장으로서 또 고참으로서 팬들에게 멋진 한 해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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