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멀티맨 지성, 왜 ‘복싱데이’에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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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7시 00분


박지성. 스포츠동아 DB
박지성. 스포츠동아 DB
잉글랜드 축구 전통의 ‘복싱데이(Boxing Day)’.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3∼4일 간격으로 수많은 경기들이 몰려있는 프리미어리그 12월 말의 특별한 일정을 의미하는 용어다.

입단 이후 쟁쟁한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주전 확보’란 특명 속에 사는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출전 기회가 보장된 ‘복싱데이’는 각별하다. 물론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

28일(한국시간) 킹스턴 커뮤니케이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헐시티와 2009∼2010 EPL 원정전에 후반 18분 교체 투입된 박지성은 비교적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맨유도 루니의 선제골과 상대 수비 앤디 도슨의 자책골, 베르바토프의 쐐기골을 묶어 3-1로 이겼다. 선두 첼시(승점 42)와의 격차를 승점 2점까지 좁힌 상황이다.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 날개로 뛰었고, 후반 35분 오베르탕이 투입된 뒤에는 왼쪽 사이드로 위치를 옮겼다. 퍼거슨 감독이 칭찬해온 ‘멀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장면.

12일 애스턴빌라와 홈경기(0-1 패)에 나온 뒤 보름 여 만에 기회를 잡은 박지성은 ‘도우미’로서의 위상도 재확인했다.

후반 28분 긱스의 패스를 잡은 루니가 골문으로 달려드는 박지성을 향해 정확한 횡패스를 찔러준 게 도슨의 발을 맞고 자책골이 된 것. 비록 박지성의 발에 맞지 않았지만 정확한 문전 쇄도와 공간 침투에서의 진가를 재확인한 모습이었다.

영국언론들의 평가도 양호했다.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활력을 보탰다”는 촌평과 평점 6을 부여했고, 지역지 맨체스터이브닝뉴스도 “열심히 뛰며 팀의 두 번째 골에 기여했다”며 역시 평점 6을 매겼다. 맨유 홈페이지 또한 “좌우 사이드를 오가며 여러 차례 좋은 패스와 크로스를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박지성에게 ‘복싱데이’는 좋은 추억이 가득하다. 2005년 웨스트브롬위치(3-0 승)전에서는 폴 스콜스의 첫 골을 도왔고, 2006년 위건전(3-1 승)에선 PK를 얻어냈다.

2007년 선덜랜드전(4-0 승)에선 무릎 부상을 털고 9개월 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작년 스토크시티전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열렸던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을 고려한 퍼거슨 감독의 각별한 배려 때문이었다.

박지성은 사흘 뒤(30일) 열린 미들즈브러전(1-0 승)에 풀타임을 뛰며 맹활약했다. 이쯤 되면 ‘복싱데이’는 ‘박(朴)싱데이’로 불러도 무리 없어 보인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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