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 in Japan]땅끝 하늘자락, 숨 막히는 고봉에서 급·속·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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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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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니세코 스키장

홋카이도에서도 최고의 파우더스노스킹을 즐길 수 있는 니세코 유나이티드의 안누푸리 고쿠사이 스키장.
홋카이도에서도 최고의 파우더스노스킹을 즐길 수 있는 니세코 유나이티드의 안누푸리 고쿠사이 스키장.
《스키의 끝은 어딜까. 내 경험상 그것은 헬리스키다. 헬기가 리프트를 대신한 게 헬리스키다. 그런 만큼 헬리스키는 고산준봉의 설산에서 대자연을 무대로 스키를 탄다. 헬리스키의 묘미는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쌓인 눈을 기계로 다지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타는 딥스노(deep snow) 스킹이다. 흔히들 파우더스키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마음 빼앗기면 통상의 정설(groomed) 슬로프 스킹을 더는 원치 않게 된다. 왜냐면 차원을 달리하는 묘미 때문이다.

홋카이도 스키의 매력이 바로 이거다. 흔히들 말한다. 홋카이도를 ‘파우더스키’의 고장이라고. 물론 홋카이도에서도 스노 비클(정설 차량)로 트레일의 설면을 다지는 정설 작업을 꼼꼼히 한다. 보통 스키어를 위한 기본서비스다. 그러나 쉼 없이 내리는 눈 덕분에 정설 슬로프도 때로는 딥스노를 체험해볼 만한 멋진 파우더스키장으로 변한다. 트레일을 조금만 벗어나도 딥스노가 가능한 것 또한 같다. 이런 것을 오프 피스트(Off Piste·길 밖) 스킹이라고 부른다.》

보기만 해도 가슴 시원한 딥스키 천국
파우더스노의 메카 니세코 안누푸리 스키장


홋카이도에도 스키장이 수십 개 있다. 그중에서 최고의 파우더스노를 꼽는다면. 단연 니세코 유나이티드다. 니세코 유나이티드는 한 산의 세 스키장 연합체로 고도 1309m의 안누푸리산이 모체다. 그중에서도 딥스노 스킹의 베스트를 꼽는다면 단연 안누푸리 고쿠사이(국제) 스키장이다. 나머지 두 개와는 설질과 코스설계가 다르다. 같은 산에, 그것도 북향의 세 스키장에서 설질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 역시 자연의 힘이다.

슬로프 정상. 중턱의 가파른 경사와 달리 산정 부근은 부드러운 구릉이다. 그런데 나무가 거의 없다. 북위 43도 홋카이도의 수목생장한계선이 1300m 이하인 듯하다. 세상은 온통 하얀 눈밭. 인적마저 드물어 덜컥 공포심도 든다. 이런 두려움은 캐나다 미국의 로키산맥이나 알프스산맥에서 흔히 겪는 일인데 일본에서도 가끔 찾아온다. 그만큼 일본 스키장도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왼쪽을 보자. 후지 산처럼 생긴 설산이 서있다. 요테이 산이다. 삼각뿔 형태의 이 화산도 중턱부터 산정까지 온통 하얗다. 바로 이거다, 안누푸리를 일본 최고의 파우더스키 메카로 등극시킨 것은. 그 관계는 이렇다. 일본의 눈은 동해가 머금은 수증기가 대륙의 차가운 기단에서 비롯된 북서풍에 실려와 산악에 부딪치며 상승하면서 내리는데 안누푸리의 경우는 요테이 산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도 습기가 훨씬 적은 건설이 된다.

이곳의 시즌 중 최대적설량은 4m. 적설량에서도 홋카이도 최대다. 리프트 정상부에서 중턱까지는 사실상 슬로프가 따로 없다. 개활지의 구릉 지형 덕분이다. 아무 곳이든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된다.

여기서는 스키를 타는 것도 재미있지만 보는 것은 더 재미있다. 먼저 내려간 사람이 일으키는 파우더스노의 눈보라가 그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불렀다. 아스피린 스노라고. 하얀 아스피린 가루가 투명한 유리컵의 물속에서 퍼지는 CF를 연상시키는 발상이다.

깊은 눈, 푸근한 정, 귀족이 된 느낌
유럽풍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클럽메드 사호로

어린 자녀를 둔 스키어. 나처럼 자녀가 장성한 경우라면 단연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킬 ‘불쌍한’ 스키어다. 왜냐면 자녀 돌보느라 스키 즐길 여유가 없어서다. 나 역시 10년은 그렇게 보내 그 심정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20년 전 흘러간 옛 노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클럽메드 사호로는 바로 그런 불쌍한 스키어를 위한 리조트며 스키장이다.

사호로 리조트는 홋카이도의 동남쪽 거대한 평원이 펼쳐지는 지역에 우뚝 솟은 가리카치 고원의 해발 1059m 산악에 자리 잡았다. 이곳 역시도 파우더스노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 파우더스노는 북서쪽를 가로막은 거대한 다이세쓰 연봉(주봉 도카치다케 2077m)이 만들어낸 작품. 안누푸리의 요테이 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스키장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물론 한국 것과 비교하면 큰 편이겠지만. 코스가 무척이나 다양해 초보자부터 최상급자까지 누구도 불평없이 즐길 만하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은 스키인 스키아웃 빌리지라는 점이다. 아침에 스키를 신고 나갈 때도, 오후에 스키를 벗고 들어올 때도 걸을 필요가 없다. 2층 현관이 바로 스키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스키강습 시스템은 완벽하다. 9단계로 세분화한 단계별 강습과 더불어 영어 일어 중국어는 물론 한국인 강사까지 갖췄다. 한국인 강사가 많을 때는 예닐곱 명도 된다. 클럽메드의 투숙 시스템은 독특하다. 경비를 지불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스키강습까지도 그렇다. 그러니 스키를 배우고 싶거나 자녀에게 스키를 제대로 가르치고 자신도 즐기고 싶은 부모라면 클럽메드 사호로를 선택하라고 강력 추천한다.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라면 캐나다인 강사에게 맡겨 영어연습까지 시킬 수 있다.

애프터스키의 발상지는 유럽에서도 알프스, 거기서도 프랑스지역인 사브와 주다. 그런데 클럽메드가 프랑스 회사 아닌가. 그런 만큼 이곳의 애프터스키는 각별하다.

온천은 물론 실내 풀과 야외 자쿠지도 갖췄고 일본인이 마사지해 주는 고급 스파까지 있다. 뷔페식당의 음식도 훌륭하다. 끼니마다 한중일 아시안 푸드는 물론 지중해, 멕시코 등 여러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거기에 와인과 중국술, 맥주도 무제한이다.

애프터스키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매일 저녁 극장에서는 기상천외의 쇼가 펼쳐진다. 모두 자녀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가족지향의 코믹쇼와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인데 주간의 스킹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그리고 이어지는 댄스파티. 그것도 매일 테마를 바꿔가며 플로어에서 펼친다. 클럽메드의 경쟁력이 돋보이는 이 애프터스키 덕분에 일단 한 번 찾았던 이라면 이곳 외에 다른 곳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홋카이도니세코=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니세코 지역 ▽니세코 유나이티드 스키장 △위치 : 삿포로 시 동남부의 아부타 현 니세코 정. 신치토세 공항에서 110km(자동차로 1시간50분 소요). 니세코 역에서는 택시로 2000엔. △구성: 안누푸리 산의 니세코 히가시야마, 안누푸리 고쿠사이, 그랑 히라후 등 세 개 스키장. 안누푸리는 가장 늦게 개발 된 자연친화형 스키장. △시즌: 12월 1월∼4월 6일 △홈페이지: www.niseko-village.com(한글) △리프트 권=세 스키장 이용 공통권이 하루 4800엔(성인). 6세 이하 무료. ID카드 발급비용(1000엔)은 반환 때 돌려줌 △숙소: 힐튼 니세코 빌리지. 고성 모습의 힐튼 체인의 고급 리조트호텔. 안누푸리 고쿠사이 스키장의 곤돌라 승강장까지 갖춤. 히가시야마 스키베이스에 위치. ▽힐튼 니세코 빌리지 △온천: 가림막 없이 외부로 완벽하게 노출된 반원형의 대형 로텐부로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압권. ‘미인의 온천수’라고 불리는 중탄산천. ▽어트랙션 △스노 모빌랜드=니세코 빌리지 내 평지설원에서 스노모빌 강습.

◇클럽메드 사호로 ▽사호로 리조트 △위치: 아사히카와 남쪽 가미카와 현 신토쿠 정.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117km. 자동차로 2시간∼2시간40분 소요. △시즌: 11월 24일∼4월 5일 △리프트: 곤돌라 1기, 체어리프트 7기. 하루 4830엔. △야간스키: 오후 3시∼6시. 위도(43도)가 높아 일찍 해가 짐. △홈페이지: www.sahoro.co.jp △클럽메드: www.clubmed.co.kr

○ 여행상품

◇니세코 3박4일 : 힐튼 니세코빌리지 2박, 리프트 1일 권, 셔틀버스 포함 122만원.

◇후라노 스키장과 노보리베쓰 온천 4박5일 : 삿포로 오타루 자유관광 포함 85만원.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70-7017-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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