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 in Japan]온몸 휘감는 눈발, 정신 번쩍 드는 쾌속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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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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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도호쿠, 눈의 왕국

《혼슈의 북쪽. 이곳을 일본에서는 기타도호쿠(北東北) 지방이라고 부른다. 한반도로 치면 함경도에 해당되는 오지다. 기타도호쿠는 3개 현으로 구성된다.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 그 밑 태평양쪽의 이와테, 그 반대 동해 연안의 아키타다. 공통점은 ‘눈’. 그 눈은 동해가 머금은 수증기가 대륙의 차가운 기단에 밀려 일본열도로 움직이다가 이곳 산에 가로막혀 상승하면서 내린다. 덕분에 스키장으로 이름난 산이 많다. 아오모리의 하코다 산, 이와테의 하치만다이 국립공원(아피리조트), 야마가타의 자오 산이 그것이다.

기타도호쿠의 상징적인 산악인 하코다 산(아오모리 현)은 일본 스키의 모태다. 그 경위는 이렇다. 1902년 이곳에서 동계산악훈련 중이던 보병이 눈사태를 만나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후 육군은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던 알파인스키에 관심을 갖는다. 그중 나가오카 가이시 사단장이 유럽에서 스키를 들여오고 때마침 시찰차 방문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무관인 테오도르 에들러 폰 레르히 소령에게 지도를 부탁해 1911년 일본에서 스키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 스키의 모태인 하코다산 근처 ‘한국적 스키장’ 즐비

한국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리조트형 스키장, 아피리조트(이와테 현)

내가 아피리조트를 처음 찾은 게 1997년. 그새 일곱 번 시즌가량 여기서 스키를 탔다. 20년 스키경력에 140개가량 외국 스키장을 섭렵했지만 아피처럼 자주 찾은 곳은 없다. 그 이유는 딱 내 스타일이어서다.

아피의 자랑은 쭉 뻗은 슬로프다. 넓기도 넓지만 경사가 기막히다. 그게 2.4km나 거의 직선으로 뻗어 있다. 게다가 사람도 없다. 그러니 카빙스키를 연습하기에는 여기만 한 곳이 없다. 눈은 또 어떤가. 기타도호쿠에서도 파우더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일 만큼 설질이 그만이다. 여기서는 그 눈을 ‘아스피린 스노’라고 부른다. 그런 눈에서, 한국 스키장의 슬로프 경사와 거의 비슷한 코스에서, 아무 간섭 없이 자유롭게 다운힐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이곳을 한국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키장이라고 부른다.

처음 몇 년은 이 슬로프에 빠져 아피를 찾았다. 하지만 지난 3, 4년은 딥스노에 빠져 또다시 이곳에 매료당했다. 슬로프 일부를 파우더스노를 느껴 보려는 시어리어스 스키어를 위해 남겨둔 센스 덕분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기타도호쿠의 눈에 아피에서는 언제라도 딥스노를 즐긴다. 그게 아피의 숨겨진 매력이다.

아피리조트에는 두 개의 정상이 있다. 주산인 마에모리(해발 1305m)와 그 옆에 딸린 니시모리(1328m)가 그것. 삼각뿔 형의 마에모리 산의 주 슬로프(곤돌라 운행코스)는 모두가 방사상으로 쭉쭉 거의 직선으로 뻗어 내린다. 나는 이것을 ‘활주로’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인에게 어울리는…’을 붙인 또 한 가지 이유. 리조트 시설이다. 휘닉스파크의 모델이지만 모든 게 한수 위다. 슬로프와 호텔이 눈밭으로 이어진 스키인 스키아웃 형인데도 호텔과 부속한 빌딩은 모두 복도로 이어진다. 전체 리조트의 18개 식당(호텔에만 5개)중엔 한식당도 있는데 석쇠에 고기와 해산물을 굽는 직화 테이블을 갖췄다.

아오모리의 명물 스키장, 하코다

하코다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주효(樹氷)라고 부르는 눈 기둥인데 나무에 눈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괴물 모양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한라산 영실전망대의 구상나무 군락에서나 볼 수 있다. 이 주효가 숲을 이룬 산정까지는 단 한 기의 곤돌라만 운행한다.

스키장에 리프트 2기(초보용)와 곤돌라 한 기뿐이라고 하면 대개는 ‘겨우’라는 반응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올라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운힐 트레일 6개가 온 산을 커버하기 때문인데 가장 긴 것은 5km나 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스노몬스터’라는 별명의 주효가 산등성의 눈밭을 점령한 채 서 있는 기괴한 모습을 따뜻한 101인승 대형 곤돌라 안에서 편안히 감상하며 산을 오를 수 있다. 물론 주효 사이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기막힌 경험도 한다.

또 하나 매력은 딥스노 스킹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자연 설 슬로프다. 트레일을 조금만 벗어나도 무릎까지 빠지는 비정설 슬로프다. 딥스노를 제대로 즐기자면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즈음에 스키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코다에서는 산자락에 있는 온천 료칸에서 스키투어를 운영한다. 이 료칸에 투숙하고 신청하면 가이드의 안내로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정해진 루트를 따라 스키투어를 떠난다. 코스는 3월에 5개, 4월에 4개가 여는데 각 코스마다 도착지점까지 버스가 다닌다.

그 밖의 아오모리의 스키장

가장 이름이 알려진 것은 아지가사와 고원의 이와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나쿠아 시라카미 스키리조트다. 이와키 산(1625m) 중턱에 자리 잡은 이 스키장의 슬로프는 도호쿠의 자랑인 파우더스노로 뒤덮인다.

921m의 리프트 정상에서 3.4km의 트레일이 나오는 것만 봐도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은 패밀리형 스키리조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야간스키도 가능하고 온천도 있다. 시즌은 4월 초까지. 스키베이스에 호텔이 있다.

오와니 온천 스키장은 2003년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때 알파인스키와 스키점프 대회장이었다.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리프트 정상을 잇는 초급코스가 스키베이스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해 초급자도 정상을 밟을 수 있다. 딥스노를 즐길 수 있는 오프피스트(길 밖) 코스가 한 개 있다. 근처에 온천마을이 있다.

이와테아(오모리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도호쿠 지방=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 야마가타, 센다이, 미야기, 니가타 등 혼슈 북부 7개 현. 동서 150km, 남북 500km로 면적은 혼슈의 3할 차지. 기타도후쿠는 이 중에서도 북쪽의 3개 현을 지칭. www.tohokukanko.jp/korea/ ▽이와테 현=인천에서 직항로가 없어 아오모리 공항 혹은 센다이 공항(미야기 현)을 경유한다. www.beautifuljapan.or.kr △아피리조트=시즌 11월 28일∼5월 5일. 코스 21개(총연장 45.1km)에 리프트 11기. 야간스키 오후 4∼8시(리프트 3기 운행). 2월과 3월에 눈 집중. 숙박시설(호텔 등 5종 8개동) 1009실(4000명 동시 숙박) www.appi.co.jp(일본어) www.appi.co.kr(한글)

◇아오모리 현=인천∼아오모리 직항편 운항. www.aptinet.jp/korean/index-kr.html(한글) ▽스키장 △하코다 스키장=스노보드 코스 제한. 곤돌라 5회권 4900엔. www.hakkoda-ropeway.jp(일본어) △나쿠아 시라카미=시즌 12월 5일∼4월 5일. 리프트(오전 8시반∼오후 9시) 요금 하루 4500원. 공항에서 70분 거리. www.naqua-shirakami.jp(일본어) △오와니온천=3월 중순까지. 리프트 공통권 3000엔(주중). 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 www.oowani-ski.com(일본어)

○여행상품

◇이와테 아피리조트 2박 3일=62만9000원

◇아오모리 나쿠아 시라카미 스키리조트 2박 3일=야간스키 포함 65만9000원

◇야마가타 자오 스키장 3박 4일=야간스키, 온천 포함 70만9000원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070-7017-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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