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쾅!…카메라 깬 A-로드 필리스도 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1월 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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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에서는 감독의 작전대로 또는 의도대로 게임이 풀릴 때 ‘버튼을 누르는 대로 된다’라는 표현을 쓴다. 감독의 여러 옵션 가운데 선택하는 게 척척 맞아 떨어진다는 의미다.

비로 1시간 20분 지연되고 경기 후반 굵은 빗줄기가 시티즌스뱅크파크를 덮었지만 1일(한국시간)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은 예정대로 진행돼 뉴욕 양키스의 8-5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의 수훈갑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투수가 된 선발 앤디 페티트, 추격의 2점홈런을 터뜨려 승부의 향방을 바꿔놓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2루타와 홈런으로 동점과 역전 발판을 만든 닉 스위셔 등이다.

스위치히터 우익수인 스위셔는 2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뒤 지명타자를 활용하지 않는 내셔널리그 구장에서 치러진 3차전에서는 주전으로 기용됐다. 스위셔는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35타수 4안타, 타율 0.114로 양키스 타자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양키스 조 지라르디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되는 선택이었다. 2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린 마쓰이 히데키를 주전으로 기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마쓰이는 올해 외야 수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공격력을 고려한다면 좌익수 마쓰이-중견수 조니 데이먼-우익수 멜키 카브레라를 택해야 한다. 데이먼은 어깨가 약하다. 지라르디 감독은 마쓰이를 벤치에 앉히고 스위셔를 우익수로 기용했다. 이 선택은 맞아 떨어졌다. 2-3으로 쫓아간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스위셔는 좌익선상 2루타로 득점의 물꼬를 텄다. 1사 2루서 페티트의 중전적시타로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양키스는 계속된 기회에서 데이먼의 역전 2타점 우월 2루타로 5-3으로 전세를 뒤집어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스위셔는 6회에도 1사 후 구원 JA 햅의 직구를 통타해 좌월솔로홈런을 날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필리스 선발 콜 해멀스는 3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했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4회 1사 후 마크 테셰라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2차전까지 삼진 6개로 부진했던 로드리게스에게 좌월2점홈런을 허용하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로드리게스의 홈런은 월드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인스턴트 리플레이 제도에 의해 번복된 홈런이다. 로드리게스의 타구는 좌측 폴 옆에 설치된 카메라 렌즈를 맞고 구장 안으로 들어와 처음에는 2루타로 선언됐다. 그러나 양키스의 어필로 심판진의 비디오 판독에 의해 홈런으로 인정됐다. 3차전 승부를 바꾼 홈런이다. 이 홈런이 아니었다면 승부는 알 수 없었다.

1, 2차전에서 14안타 4득점, 장타 4개에 그쳤던 양키스는 3차전에서만 8안타 가운데 5개의 장거리포를 몰아치며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4회부터 8회까지 매회 점수를 올리며 필리스 마운드를 난타했다. 지명타자가 없어 홈구장 경기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필리스는 선발 해멀스가 5회 난조를 보인데다 불펜진이 4.2이닝 동안 3안타 3실점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5번타자 제이슨 워스가 2개의 솔로홈런으로 분전했을 뿐 상위 1번에서 4번까지의 타자들이 15타수 1안타 2타점으로 극도의 빈타를 보였다. 라이언 하워드는 2차전에서 삼진 4개, 3차전에서 삼진 3개 등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9개의 스트라이크아웃으로 물러나 공격의 블랙홀이 돼버렸다. 월드시리즈 최다 삼진은 12개다.

4차전 선발투수로 양키스는 3일 휴식을 한 CC 사바시아, 필리스는 우완 조 블랜턴을 내세웠다.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1차전 완투승을 거둔 에이스 클리프 리의 3일 휴식 후 등판에 대해 “리는 한 차례도 3일 휴식 후 등판을 하지 않아 정상적인 휴식을 취한다”며 5차전 등판을 예고했다.

그동안 월드시리즈에서 1승1패는 총 54차례 연출됐다. 3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35승18패(0.660)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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