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 본 ML 포스트시즌] 박찬호 등판 한박자 늦췄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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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7시 00분


박찬호. 스포츠동아 DB
박찬호. 스포츠동아 DB
월드시리즈 2차전 7회말 1-2로 뒤진 상황에서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연속안타를 허용해 무사 1·3루 위기에 몰리자 필라델피아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덕아웃에서 나올까 말까 한참 기다렸다. 대타 호르헤 포사다를 예상해 투수를 바꾸려고 했으나 양키스 조 지라르디 감독이 심판에게 공식통보를 안 했기 때문이다. 대타를 기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투수를 바꾸면 오히려 상대가 매치업을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매뉴얼 감독은 왜 우완 박찬호를 기용했을까. 2차전의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이 경기를 중계한 FOX-TV의 팀 매카버 해설자도 좌완 JA 햅이 구원등판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틀렸다. 포사다는 스위치히터이지만 왼쪽 타석에서 훨씬 강하다. 사실 스위치히터의 경우 양쪽을 골고루 잘 치는 타자는 매우 드물다. 역대로 봐도 미키 맨틀, 피트 로즈, 에디 머레이, 치퍼 존스 정도가 양쪽 타석에서 큰 편차 없이 기량을 발휘한 타자들이다. 즉 포사다는 우완에게 강한 스위치히터다. 하지만 매뉴얼 감독은 포사다에 이은 지터를 고려해 박찬호를 구원등판시켰다. 애초부터 박찬호는 두 타자를 상대하려는 카드였다. 이 카드는 실패했다. 박찬호가 포사다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실점을 했고, 다음타자 지터는 스리번트아웃 삼진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매뉴얼 감독으로서는 햅과 박찬호를 7회에 이른바 ‘스팟 릴리프’(국내에서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 햅, 박찬호에 이어 다시 좌완 스콧 에어(조니 데이먼 상대)를 기용해야 된다.

경기 후반 추가 1실점은 치명적이다. 특히 양키스처럼 2이닝을 매조지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버틴 상황에서 1점차와 2점차는 큰 차이를 보인다. 리베라를 상대로 2이닝에 1점은 뽑을 수 있으나 2점은 힘들다. 1차전에서 지라르디 감독은 0-2로 뒤지다가 8회 불펜투수들의 대량실점으로 제대로 추격도 못했다. 2차전에서는 매뉴얼 감독의 박찬호 투입시기가 결과적으로 잘못돼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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