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NH농협 2009∼2010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남자부 6개 팀(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KEPCO45 우리캐피탈)의 목표는 엇갈렸다.
프로 출범 후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당연히 우승 하겠다”고 단언한 반면 만년 중위권 대한항공과 LIG는 “우승이 목표다”면서도 “일단 PO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야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작년 시즌 최하위 팀 KEPCO45와 신생팀 우리캐피탈은 ‘탈 꼴찌’를 외쳤다.
○삼성, 현대 당연히 우승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작년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좋은 성적을 내 선수들에게 고맙다. 금년은 작년보다 더 어렵다. 신인 드래프트가 시행되지 않아 절대숫자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목표에 대해 특별한 부연 설명 없이 “우승이다”고 짧고 굵게 답했다. 김 감독은 “임시형 송인석 송병일이 부상 중이라 초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들이 모두 합류하는 시즌 중반부터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KAL, LIG PO 고비 넘겨야
V리그 역대 성적을 들여다보면 대한항공과 LIG는 만년 중위권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3년 연속 PO에서 고배를 들었고 LIG는 V리그 출범 첫해와 이듬해를 빼고는 PO에도 못 올랐다. 특히 중요한 고비 때마다 좌절했던 과거를 많이 의식하는 모습. 대한항공 진준택 감독은 “한선수가 대표팀에서 많이 성숙해졌고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밀류세프)가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우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경기한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주장 장광균은 “결승에 가겠다고 미리 말하기보다 우승한 뒤에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LIG 박기원 감독은 “미리 말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매번 고비를 못 넘겼는데 1.5군들이 성장해 솔직히 선수구성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LIG 주장 이경수는 “상무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큰 힘이 된다. 최종 목표는 우승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PO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KEPCO45, 우리캐피탈 탈 꼴찌
KEPCO45는 매 경기 ‘올인’을 외쳤다. KEPCO45 강만수 감독은 “더 내려갈 곳도 없고 바꿀 선수도 없다. 꼴찌를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EPCO45 주장 정평호는 “길게 말하지 않겠다. 다른 팀이 시즌 치르는 게 마라톤이라면 우리는 100m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겠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캐피탈 김남성 감독은 “다른 팀이 놀부라면 우리는 가난한 흥부다. 관중들에게 흥미 있는 배구를 보여주는 게 목표지만 잘 되면 탈 꼴찌에 이어 4강까지 갈 수 있지 않을 까 생각 한다”고 전망했다.
○물밑 신경전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지만 물밑 신경전도 치열했다.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과 현대가 우승할 것 같다”고 선언하자 바로 옆에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신치용 감독은 “우리는 우승후보에 못 들었네요”라고 꼬집어 폭소를 안겼다. 이어 신 감독은 작년에도 시즌 초반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우승까지 차지한 것을 염두에 둔 듯 “팀 색깔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우리 구성원들의 장점이 있으니 그 장점을 극대화 시키겠다”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다크호스로 KEPCO45를 꼽은 점도 눈에 띄었다. 신치용 감독은 “연패를 안 하려면 KEPCO45에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김호철 감독은 “우리가 매해 KEPCO45에 한 번씩 패해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올해는 KEPCO45에 져도 작년과 같은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