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즈 특별기고]불신으로 흔들리는 아르헨, 히딩크가 생각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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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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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61)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대표팀을 맡을 것이라는 잉글랜드 언론의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에릭손 감독은 어떤 화폐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스웨덴과 포르투갈, 잉글랜드 그리고 멕시코 대표팀을 이미 맡았다.

한국 축구 팬이 기억하듯 제대로 된 감독에게 돈을 투자해야 그 대가도 따라오는 법이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63)을 영입해 4강 신화를 창출했다. 호주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의 선례에 따라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32년 만의 본선행과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러시아는 히딩크 감독이 내년 월드컵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음 달 열리는 슬로베니아와의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북한의 손짓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각국 히딩크에 러브콜 가능성


히딩크 감독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어려울 때 잠깐 맡은 뒤 “난 프리미어리그 체질”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관중들의 열정, 그리고 빠른 템포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첼시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으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 억만장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히딩크가 원한다면 바로 감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히딩크 감독은 아마 거절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 훌리오 그론도나 회장은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대표팀 사령탑에 앉히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기대 이하다. 마라도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만든 그의 축구 본능이 조직력을 이끌어내는 데는 장애였다. 팀을 하나로 만들지 못했다.

아르헨, ‘족집게 강사’ 필요

마라도나 감독은 그동안 78명을 대표팀에 불렀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인 후안 리켈메는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그론도나 회장은 어쩌면 그런 마라도나 감독을 어떻게 하면 시끄럽지 않게 제거할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르헨티나는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훌륭한 선수가 많지만 서로 믿지 못한다. 시간이 없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과 한국 국민을 믿게 하는 데 2년 걸렸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족집게 강사’가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의 능력은 이미 검증 받았다. 러시아 대표팀 주장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어떤 선수도 히딩크 감독을 비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 없이는 팀도 없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고도 했다.

신뢰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2002년 월드컵 직후 4강 축하 파티가 열렸을 때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다. “내 방식대로 했다(I did it my way).”

랍 휴즈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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