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재운 김주성…허재 잡은 강동희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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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20득점…동부 개막전 V

강동희 감독 데뷔전 V 기쁨두배

한국농구의 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타출신 허재(KCC·44)와 강동희(동부·43)감독의 맞대결로 벌어진 2009-2010시즌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아우가 먼저 활짝 웃었다.

원주 동부는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46점을 합작한 김주성(20점)과 마퀸 챈들러(26점)의 활약으로 89-79로 승리했다. 강 감독은 데뷔전에서 허 감독을 상대로 값진 데뷔전 승리를 일궈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강 감독은 많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초임 감독이니까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오늘 경기도 많이 걱정 된다”며 “벌써부터 땀이 많이 난다”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 역할을 하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에 올라서인지 걱정만 들어난 듯 보였다.

강 감독은 “전창진 감독님은 나한테 매일 우는 소리만 한다고 야단친다. 이상하게 감독이 되니 우리 팀의 장점보단 약점만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 감독은 코트에 서자 냉정함을 되찾으며 초보 감독답지 않은 지도력을 과시했다.

1쿼터 팀의 기둥 김주성이 개인파울 3개, 2쿼터에는 윤호영이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나가는 등 2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2쿼터까지 44-39로 앞서나갔다.

3~4쿼터에서도 강 감독은 맨투맨과 지역방어를 혼합한 수비로 KCC의 높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허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승리했다.

강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오며 “오랜만에 들어오니까 어색한데요”라고 농을 던지며 그제야 여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강 감독은 “솔직히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일주일 내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어제 허재 형과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긴장감이 해소된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운이 좋았다”고 승인을 밝힌 강 감독은 “KCC가 강팀인데 오늘 우리 외곽 슛이 생각보다 잘 터진 덕을 본 것 같다. 다음에 또 만나면 서로 웃으면서 더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허 감독에게 위로의 말을 남겼다.

이어 “오늘 경기를 통해서도 배운 점이 많다. 앞으로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한편 허 감독은 “데뷔전 승리를 축하하고, 남은 경기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며 후배에게 덕담을 전했다.

전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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